숫기 없는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은 서연과 옥상으로 향한다. 서연은 표현이 서툰 승민에게 CD플레이어를 꺼내 음악을 듣길 권한다. 대답할 틈도 없이 얼어붙은 그의 오른쪽 귀에는 그 둘을 이어주는 이어폰이 꽂히게 되고, 그들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으로 빠져들게 된다. 승민은 순간사랑에 빠진다. 영화를 본 이후 이 노래가 어디선가 흘러나오게 되면 자연스레 <건축학개론>의 풋풋한 스무 살의 승민과 서연, 그들의 첫사랑 장면이 떠오른다. 음악은 이렇게 순식간에 영화 속한 장면으로 스며들어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건축학 개론> 중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한곡만의 묘한 매력
'Paris in the rain'을 들으면 파리 거리에서 환각 상태로 빠져들어 우수에 젖은 이슬비가 내리는 에펠탑 앞의 우산을 들고 있는 나를 상상하게 한다. 'Empire State of Mind'가 흘러나오면 제이지와 함께 뉴욕의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쇼미 더 머니 랩 파티를 흥겹게 벌이는 꿈을 꾼다. 한곡의 묘미는 여행 가고픈 나를 그곳으로 순간이동을 시켜 주어 음악에 푹 빠진 그 도시 속의 나로 숨을 불어넣는 마법을 불러일으킨다. 한곡을 연속 재생하면 아티스트들과 하루 종일 단독 콘서트를 기깔나게 즐기는 것이다. 그것도 오직 관객이 나뿐인 특별 공연에 앙코르까지 외치며 말이다.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듯이 좋은 음악이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 아닐까?
구두가 제일 중요해. 구두는 제일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야. 당신을 제일 좋은 곳으로 이 구두가 데려가길 바래. - <꽃보다 남자> 중
좋은 구두가 당신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 @slakarvounis, Upsplash
듣고 뉴욕 가자! @youtube
oldie but goodie
낡았지만 계속 손이 가는 물건이 있다.옛 노래엔심리적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소음 속에서 익숙한 멜로디와 음색이 나오면금세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항상 여기 서있을게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처럼 힘이 되어주는 <서시>가 있고, 비 오는 날에는 '영영 그치지 않은 빗줄기처럼 나의 마음 빈 곳에 너의 이름을 아로새기네'의 가사처럼 떠난 그를 다시 한번 비와 함께 새기게 하는 <Rain> 노래가 있다. 옛것만큼 좋은 게 없다. 좋은 옛 음악은 좋은 곳으로 데려가 좋은 사람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아련한 추억을 그리움으로 영원히 아로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