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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Jul 11. 2021

인생을 건 용기 있는 행동: 누군가의 소중한가족을 위해

Netflix <맨 헌트: 유나바머>를 보고

유나밤 전담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여 년 필라델피아 시골의 순경으로 일하다 뒤늦은 나이에 FBI 프로파일러가 된 짐 피츠제럴드. 주변 이웃들과 함께 한 그의 환영파티에 늦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한 장의 편지를 내민다. 뭐가 보이냐는 질문에 그는 순식간에 범인이 보낸 숨은 메시지를 단박에 찾아낸다. 최고의 프로파일러들이 15년 동안 조사하고 FBI 수사관 50명이 2주간 편지를 샅샅이 훑었음에도 못 찾았던 메시지를 말이다. 유나밤 전담반의 반장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에게 희생자에게도 아이와 와이프가 있었다고 설득한다.


17여 년간 사업가, 과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소포 폭탄을 보내 3명을 살해하고 29명에게 부상을 입힌 미친 수학자이자 테러리스트를 찾는 게임이 시작된다. 폭탄을 보낸 곳이 대학, 항공사여서 유나바머(Unabomber, university and airline bomber)로 불린다. FBI는 최초 조사 때 용의자가 낮은 지능에 저학력이자 항공사에서 정비공으로 일해 폭발물 관련 지식이 해박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한 남성이라고 헛다리를 짚는다. 그가 쓴 선언문을 본 피츠제럴드는 그 가정이 모두 잘못되었고 다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하지만 FBI는 17년 동안 그를 못 찾은 게 억울할 뿐이다.

대대적인 수사팀을 꾸리지만 17년간 실마리 조차 못 찾는 FBI 유나밤 전담팀 @Netflix




미국 꼰대 FBI


한때 최고의 상사는 똑게이며 최악의 상사는 멍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는 최악이다. 17여 년간 수사를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 얻은 FBI 유나밤 전담 수사팀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편견으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또 밀어붙이고 뭐라도 내라는 식으로 누구 하나 희생자 만들고 끝내버리자는 <살인의 추억>급 결말을 내려한다. 17년 동안 지친 것도 사실일 터이다. 그러나 다른 용의자와의 대화 끝에 단어 하나로 어느 지역 출신, 노동자 계층, 나이 등을 짐작할 수 있음을 깨달은 피츠제럴드는 테러범이 보낸 편지와 선언문에 매달려 기여코 단서를 찾게 된다.

헛다리에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한 꼰대 상사 @IMDb




개인어의 중요성


필라델피아 노동자 계층 출신인 피츠제럴드가 물(water)을 우더(wudder)라 발음한 것으로 실마리를 잡아 조사는 다시 시작된다. 그가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나 문장에서 사상과 이념 그리고 출신까지 파악하는 법언어학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개인어*로 말이다. <펭귄극장EP2_내 나이가 어때서> 편에서 펭수에게 "뜨거운 녹차는 누가 시키신 거예요? 펭수 거예요?"라는 질문에 "당근이죠."라고 대답한 후, 내레이션이 조용히 깔린다. '당근이라니, 우리 아빠가 쓰는 말이다.' 이렇게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나이를 추측할 수 있다. 범죄자에 대한 갈피를 못 잡던 중 그들은 이렇게 재접근하기 시작한다. 그가 직접 보낸 선언문과 편지로 나이, 출신 등을 파악하기 위해 밤낮으로 매달리게 된다.

·개인어(Idiolect): 어떤 개인이 독특하게 구사하는 말. 언어의 지문
유나바머의 언어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비교언어학 교수 @IMDb




유나바머, 과연 사회의 문제인가?


16세에 하버드 대학 수학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으나 그는 정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 2학년 때 미국의 세뇌 프로그램인 MK울트라 계획의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버드의 심리학자 헨리 머레이가 이끄는 '고의적으로 잔인한 심리 실험'연구에 3년이나 참가했던 점이 주목할 점이다. 학문의 일환으로 자행된 실험에서 그의 악마적 증오와 분노, 열등감, 패배의식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가정했지만, 그는 그 실험이 자기에게 미친 영향은 없다고 자백했다. 이후 미시간 대학에 입학해 67년에 완성된 박사학위 논문은 상을 수여받고 뛰어난 평가를 얻었다. 25세에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최연소 조교수가 되었다. 교수직도 적응하지 못한 그는 2년 만에 사퇴하고 한 오두막으로 칩거생활을 시작한다.

오두막에서 문명을 등진 채 자급자족한 유나바머(시어도르 카진스키) @netflix


그는 산업혁명 이후의 현대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을 넣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죄 없는 사람들에게 조잡한 소포폭탄으로 아픔을 주었다. 그의 어린 시절 남들과 다른 뛰어난 두뇌로 친구를 사귀지 못한 점, 대학에 조기 입학해 일찍이 어른이 됐어야 했는데 16세의 나이에 잔인한 심리 실험에 희생자가 되었던 점이 그를 악마로 만든 요소라 일컫는다. 그러나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기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학교폭력자들을 교화하며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경우도 있고,  버닝 썬, 마약, 음주운전 사망사고 등 희대의 사건을 저지르는 멤버들 사이에서 버젓이 사고 없이 결혼해서 잘 사는 태양 같은 아이돌도 있다. 썩은 사과 상자에서도 썩지 않는 사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아들은 감옥에 있어요


예전 미국인 교수님 댁에 저녁식사 초청을 받는 영광이 있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냉장고에 붙은 가족사진에 아들은 지금 어디 있냐고 물으니 "감옥에 있어."라고 덤덤하게 말하시고 아들과의 추억도 얘기하셨다. 그리고 본인이 배출한 최우등 졸업생들도 대부분 감옥에 있다고 씁쓸하게 덧붙이셨다. 유나바머는 자신의 선언문이 주요 잡지사에 실리길 원했는데 그 선언문을 읽은 동생이 형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 체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그는 FBI에 글의 요지와 문체가 자신의 형의 것과 유사하다는 제보를 보냈고 어머니와 모두 수사에 협조해 체포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살인자의 어머니가 "그때 일을 왜 지금 끄집어내냐."라고 우리 애가 그럴 리가 없다고 무조건 감싸는 것과 상반된 행동이다. 그 우리 아이가 누군가의 가정을 파탄내고 소중한 이를 빼앗아 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형을 체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동생 데이비드 카진스키. 더 이상 피해자를 양상 하지 않기 위해,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인생을 건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IMDb
누군가의 소중한 가정은 건드리지 말자 @mrrrk_smith, Unsplash



<참고 자료>

- 사진 참고 https://www.imdb.com/title/tt5618256/mediaindex/?ref_=tt_mv_close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8B%9C%EC%96%B4%EB%8F%84%EC%96%B4_%EC%B9%B4%EC%A7%84%EC%8A%A4%ED%82%A4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B%9C%EC%96%B4%EB%8F%84%EC%96%B4%20%EC%B9%B4%EC%A7%84%EC%8A%A4%ED%82%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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