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드림 Jul 27. 2021

변하는 건 오직 내 마음뿐

무릇 움직이는 것은 네 마음뿐이다

우산장수 아들과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어렸을 적 읽은 동화책 속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억날 것이다. 옛날 옛적에 우산장수 아들과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고 한다. 이 어머니는 매일 두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근심이 가득했다고 한다. 날씨가 쨍한 맑은 날에는 우산을 파는 아들이 장사가 안될까 봐 걱정되어서 아이고 한숨을 쉬었고, 비가 오는 날에는 부채를 파는 아들이 장사가 안될까 봐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가던 고승이 심려하는 어머니를 보고 다음과 같이 현답을 내놓았다.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이 장사가 잘돼서 좋고 날씨가 좋은 날은 부채장수 아들의 장사가 잘돼서 좋으니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의 장사가 잘될 것이라 좋다 @sixstreetunder, Unsplash



몇 번씩 바뀌는 내 마음


예전 일본 여행 때 맛본 이치란 라멘은 인생 최고의 라멘이었다. 소문난 곳에서 긴 줄을 기다리고 기다려 먹었던 그 라멘의 맛은 길었던 일본 여행 여정의 고단함을 단 한 번에 위로해 주었다. 여행하느라 고생 많았고 잘 왔다는 환영을 받는 느낌이랄까? 또 함께한 생맥주는 이미 따뜻해진 목구멍을 시원하게 다시 한번 적셔주어 최고의 조화를 이루었다. 추가한 말차 아몬드 푸딩은 그야말로 말미를 제대로 장식하는 최고의 디저트였다. 비행기 타고 온 보람이 있다고 자화자찬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 감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몇 달 후 또 다른 일본 여행으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애원하던 라멘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허나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한술 뜬 라멘 국물은 기대하던 맛이 아니어서 거의 절반 이상을 남겼다.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뀐 걸까? 



스콘을 무슨 맛으로 먹어?


원래 스콘을 좋아하지 않았다. 텁텁하고 뭔가 빵 같지도 않고 음료와 먹지 않으면 무슨 맛으로 먹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무토막을 먹는 기분으로 식감이 그리 좋지 않았다. 며칠 전 친구가 정말 맛있는 스콘이라며 스콘 맛집에서 잔뜩 스콘을 사 왔다. 플레인 스콘부터 얼그레이 스콘, 초코 스콘, 무화과 스콘까지 스콘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모양을 보아하니 예전의 삼각형 모양에다 상상만 해도 그 나무토막의 맛이 날 거 같아서 손 내밀길 꺼렸는데 친구가 사 온 성의도 있고 해서 한입 베어 먹었다. "어때?"라고 물으니 "맛있어."가 절로 나왔다. 내 입맛이 변한 것이다. 친구와 함께 먹는 스콘은 정말 꿀맛이었다. 나는 스콘을 싫어하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젠 스콘이 없어서 못 먹는다 @vickyng, Unsplash



무릇 움직이는 것은 네 마음뿐이다


내 마음은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듯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에 비추어 나의 기분 또한 달라진다. 여행을 가더라도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 어떤 날씨냐에 따라 나의 기분도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이며 음식도 맛있었다 맛이 없어졌다 하는 것이다. 그때 먹은 라멘 맛도 스콘의 맛도 바뀐 건 없었다. 그저 더운 날 뜨끈한 국물을 먹어 더 더웠을 뿐이며 낯선 스콘이란 걸 처음 경험해서 텁텁함을 느꼈을 뿐이다. 언제나 상황은 바뀌고 옆의 있는 인물 또한 바뀌게 된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라멘 맛도 아니고 스콘 맛도 아니고 같이 먹는 사람도 아니고 그 순간의 모든 것은 오로지 내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기 움직이는 것은 바람인가? 깃발인가?'

'무릇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아니오, 깃발도 아니며 오직 네 마음뿐이다.'

- 육조 혜능, 풍번문답


흔들리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며 오롯이 네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 @roadtripwithraj,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