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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Sep 12. 2021

내 마음이 괜찮지 않다고 말했다

마음아 괜찮은 거니?

내 마음이 무너졌다


힘들다고 징징대는 친구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준다.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같이 욕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친구의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며 위로를 건넨다. 어느 정도 진정된 후 뭘 해야 할 줄 몰라 멍하니 앉아있었다. 근데 내 마음은 내가 제대로 돌 본 적이 있었던가? 나한테 못되게 군 사람 욕도 하고 별일 아니라고 달래 보고 내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며 뭔가 위로의 말을 건넨 적이 있었던가? 가만히 듣고 있던 내 마음에게 조심스레 한마디를 건다. 나 지금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다고? 너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었잖아. 힘들다고 한적도 없었고 징징댄 적도 없었고 또 돌아봐 달라 한적도 없잖아? 왜 그러고 있었어? 가장 가까운데 내가 있는데 왜 말 안 했어? 놀라 질문을 퍼 부우니 마음은 두려움에 더 도망가려 한다. 쭈뼛쭈뼛 거리며 입을 열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나한테 얘기해주지 그랬냐고 물어보니 마음은 조심스레 얘기한다. 그냥.. 네가 알 줄 알았어. 난 너의 마음이니깐.


내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마음인데 돌보지 않음에 놀라게 된다. 왜 내 마음을 돌보지 않을 걸까? 손만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인데 또 내가 제일 먼저 돌봤어야 하는 것인데 다른 이의 마음만 돌아본 걸까? 내 마음한테 한 번이라도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나?


마음은 무너지기 전에 온 힘을 다해 말을 것이다. 괜찮지 않다고 나 좀 바라보라고. 그제야 마음을 응급실에 데려가니 왜 이지경까지 몰랐냐 원망의 소리를 듣다. 마음아, 미안해! 내가 너무 몰어. 그저 너는 아무 말도 안 해서 괜찮은 줄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의사 선생님,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부탁드려요 제발.. 제발요.



내 마음이 울고 싶다 얘기했다


마음이는 심폐소생술로 겨우 살아다. 미안해. 그동안 너무 돌보지 못했어. 그제야 눈을 뜬 마음이를 이제 정성껏 돌보기로 다짐한다. 마음아, 앞으로 내가 잘할게. 뭐하고 싶어? 우리 뭐할까? 응? 앞으로 우리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자. 미안해. 미안하단 한마디에 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마음은 나를 이리도 쉽게 용서해 주었다.


그동안 못 돌봐줘서 미안한 내 가슴속을 알아줘서 너무 다행이었다. 그때 마음이가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은 같이 울고 싶다 했다. 울고 싶다고? 왜 울고 싶냐 묻고 싶었지만 난 온 힘을 다해 마음이가 원하는 걸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 울자. 같이 울자. 어떻게 하면 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마음은 슬픈 노래를 듣자 했다. 슬픈 노래 뭐 듣고 싶은데? 그는 말없이 조심스레 플레이리스트를 열고 김범수의 '끝사랑'이 흘러나오게 한다.


내가 이렇게 아픈데 그댄 어떨까요
[...]
아무 말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 알아요


처음엔 두 뺨을 타고 눈물이 또르륵 흐르다가 나중엔 마음이와 함께 펑펑 울었다. 마음이는 많이 아팠구나.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내가 어떤지 되물어봤구나.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아니, 아무 말하지 않아도 나를 보살피려 돌봐줬구나. 바로 내 곁에서 네 마음 다 안다고 어깨를 빌려주고 있었구나. 나는 왜 마음이 아픈 이제야 보이는 걸까?



마음이 가만히 있자고 한다


마음과 함께 펑펑 울고 나니 이제는 가만있자고 다. 먼저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의 움직임에 집중하자고 한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호흡하며 내 의식에 마음을 돌아보자고 한다.  


눈을 감고 호흡을 내쉬니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호흡이 부드러워지고 근육이 이완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마음이가 걱정되어 살짝 실눈을 떠보니 여느 때보다 더 편안한 모습이다. 다행이다. 명상을 통해 마음이와 나는 평온해졌다.


눈을 뜬 마음이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왔다. 예쁜 잔에 담긴 차를 후후 불어 마시니 금세 불안감이 사라진다. 걱정되는 내 마음을 날숨에 날리고 따뜻한 차로 다시 채우니 마음이 평화가 찾아왔다. 내 마음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마음이 글을 쓰자고 한다


이제 마음 편해진 마음이가 같이 글을 쓰자고 한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글로 풀어내자고 한다. 내게 일어난 일들을 돌보며 기쁘고 즐거웠던 일, 미움과 분노로 가득했던 순간, 슬펐던 감정, 사랑한 순간, 욕망했던 그 일들을 다시 적어보자 한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마음에게 물어보았다. 행복했던 순간은 함께 뛸 듯이 기뻤고, 좌절한 순간에는 한없이 나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가득했다. 슬픈 순간에는 손수건을 건네주었고, 사랑한 순간은 추억이란 상자에 넣어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한다.


마음이는 이제 내 주변의 모든 것에 눈을 뜨고 바라보자 한다. 좁아진 내 시야를 넓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글감이 찾아진다 다. 내가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에 온기와 관심을 불어넣어 괜찮은지 한번 물어보라 한다. 묻지 않으면 마음을 알 수 없고 자주 돌봐야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잊지 말라 한다


돌이켜보면 마음은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우울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옆에서 기다려 주고, 내가 초라하게 보일 때 아니라며 따뜻한 담요를 덮어주었다. 누군가가 나를 욕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 사람 참 나쁜 사람이라고 같이 욕해주었고, 허전하고 허탈한 순간엔 내가 이룬 것 중 하나 끄집어내어 잘한 점이 더 많다 치켜세워 주었다.


사랑하는 순간이 오래가도록 보살펴주었고, 이별의 순간에는 미련 없이 끝난 인연을 잊도록 도와주었다. 복수하고 싶을 땐 힘껏 소리 질러 보라며 산꼭대기로 데려갔고, 삐뚤어지려고 마음먹을 때는 그럴 때도 있다며 철없는 어린아이 보듯 감싸줬다.


내 옆을 항상 지켰던 마음이 같이 있어줄 테니 하나만 기억하라 한다. 난 네 마음이고 네 것이니 네 옆에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한다. 마음이나보다 더 많이 다쳤을 텐데 항상 나를 더 배려하기만 다. 마음이에게 바를 수 있는 빨간약은 없기에 마음이 더 이상 다치지 않도록 매일 돌보고 안아야겠다.

마음아 그동안 몰라줘서 미안해  @anniespratt, Unsplash

#심리상담 #심리학 #마음 #내마음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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