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시
이불 밖은 위험하니
이런 날은 포근한 이부자리에
곤히 잠든 너를 곱게 펴발라서
고운 김밥처럼 말아놓고
홀로 돈 벌러 가고 싶어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애써 경쾌한 발걸음으로
성에가 덮인 아스팔트에
오선지에 그려진 검은 쉼표 마냥
너를 그리고 나를 그리고
긴밤 하늘을 지붕 삼았다가
범퍼가 돌아간 고물차를 열고
낡은 몸을 더욱 낡은 공간에 욱여넣고
안전벨트를 허리춤에 찬 용사가 되어
잿빛 시트를 입은 차가운 아침을 녹이고
고요에서 풀려난 마력(魔力)은
순전히 너를 위한 주문들을 외워
차에서도 엑셀, 회사에서도 엑셀
빨간불에 서고, 초록불에도 서는
어느덧 녹이 슨 꼬마 자동차
원인 모를 가사를 중얼거리며
흰 선과 주황 선을 차곡차곡 쌓으면
언젠가 차들이 펑펑 터졌으면
그건 사상자 없는 도로 위의 테트리스
그럼 다들 출근을 출근이라 부르지 못하겠지
나일론 병상에 모로 누워
꿈결에 허참 선생님을 만나면
귓가로 다가와 속삭이시겠지
"과실비율 몇 대 몇!"
피식하다보면 또 무사히 퇴근하겠지
너는 이런 나를 반겨주고
나는 얼른 욕실로 달려가 피로를 씻고
하루 종일 소복이 쌓인 그리움을
너처럼 예쁜 밥그릇에 꾹꾹 눌러담아
훈훈하고 도란도란한 식탁을 차릴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