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월간감자

by 감자

내게 글쓰기는 씁쓸함이다. 생각도 자세도 고쳐 앉아 쓰디쓴 인생에 대해 쓰다 보면 어떻게든 토막글이 쓰인다. 그래서 내 글은 주로 괴로움으로 시작해서 억지웃음으로 끝난다. 오늘도 창작의 고통을 담아 시를 지었다. 타지에 사는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는데, 제목은 <형편없는 기도>이다.



<형편없는 기도>


보잘것없는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심지 없는 양초처럼 무쓸모한 나이기에

그대와는 달리 그대에게 사소한 사람이기를


당신의 무게까지 내가 짊어진 삶이어서

드시는 끼니마다 맛만 남기고 날아가기를

오늘 그대 걱정과 불안에서 자유롭게 하소서



설 명절을 기념해서 레드향과 함께 시를 선물했다. 레드향 보다 내 시를 기뻐해 주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게 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칭찬에 약하다. '좋아요' 하나면 광대가 승천하고 입이 귀에 걸린다. 참으로 단순한 생물이 아닐 수 없다. 이 생명체에게 동정 어린 박수를 보내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훌라춤을 출지도 모른다.


"심지 없는 양초"는 '내가 쓴 글로 돈을 벌어 기부하고 싶다.'라는 단순한 이유로 글을 쓴다. 퇴근하고 카페에 앉아 4,000원짜리 커피를 시키고 네이버 블로그에 하루치 글을 연재하면 100원짜리 해피빈을 받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모은 해피빈을 현재까지 삼만 원어치 기부했다. 기부와 억지로 엮어서라도 글을 쓰니 내가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나의 내면을 채워가는 것 같은 오만함에 도취하게 된다. '지질히도 가난했던 내 과거와 그 가난으로 힘들었던 나'를 네이버라는 거대 자본의 힘을 빌려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행동으로 치유하고자 한다. 큰돈을 기부한 적 없어 아직 상호 간에 금융 치료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는 옳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보잘것없는 하루"에게 글쓰기는 씁쓸함이다. 그래도 커피나 소주처럼 그 씁쓸함이 때로는 글에 풍미를 더하고 달콤한 과실이 되기도 한다. 철저한 방어기제와 자기 검열로부터 벗어나 창작의 고통에 맞서 두려움 없이 헤엄치자. 제자리에서 어푸어푸 물을 들이켜더라도 꾸준히 아등바등거려 보자. 상처받은 영혼이 자꾸만 괴로움 속으로 침잠하지 않도록 글이라는 부표를 띄워보자. 언제쯤 글쓰기가 씁쓸하지 않을까. 아직은 알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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