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빔 벤더스 / 2024년
히라야마는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출근 준비를 한다.
현관 앞 선반에 있는 차키와 동전 몇 개를 챙겨 집을 나선다.
현관문을 열면 제일 먼저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하품을 크게 한다.
그리고 집 앞에 있는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고 캔커피를 꺼내 차에 오른다.
출근길 들을 노래 테이프를 골라 스테레오에 넣어 음악과 함께 출발한다.
도쿄 도심을 관통하는 고가도로 위를 차가 시원하게 달린다.
히라야마는 도쿄 시부야 공중화장실로 출근한다. 그는 화장실 청소일을 한다.
도심 화장실 앞에는 출근 중인지, 퇴근 중인지 휘청거리는 취객이 있다.
놀이터 옆 화장실에는 숨바꼭질 하는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안이 훤이 들어다 보이는 화장실에서 어쩔 줄 모르는 관광객에게 히라야마는 잠금방법을 알려준다. 관광객은 단순하면서 기발한 화장실에 연신 감탄한다.
"정말 고맙습니다."
히라야마는 일터 인근 공원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필름카메라에 담는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환복을 하고, 이번에는 자전거로 외출을 한다.
늘 가는 식당에 도착하면 식당 주인은 얼음 가득 넣은 레몬소주 한 컵을 히라야마에게 내밀며 말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집에 돌아온 히라야마는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책을 읽다 잠든다.
다시 아침이다.
같은 구역을 청소하는 다카시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히라야마를 소개한다.
"이상한 아저씨야. 10점 만점에 9점 이상해."
다카시는 지각이 잦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일도 대충 한다. 다카시는 히라야마에게 자극제 이자, 평정을 흔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히라야마의 일상을 흔드는 사람은 또 있다.
갑자기 찾아온 조카딸과 가출한 딸을 데리러 온 누이동생, 그리고 단골식당 여주인의 이혼한 전남편.
파도가 몇 번 밀려왔지만, 히라야마는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다시 도쿄 도심을 가르는 그의 차 안에서 노래를 듣는다.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I'm feeling good.
주인공 히라야마를 연기한 야쿠쇼 코지가 너무 멋져서 배우 얼굴을 보느라 영화에 집중이 안 됐다.
영화에서 이튿날이 되자 히라야마가 바라보는 것이 보였고, 일상이 거듭되자 어느새 내가 히라야마가 됐다.
주인공 삶의 궤적은 일절 생략하고 그저 그의 표면적인 일상만 보여준다. 나를 투영하기 쉬웠다.
갑자기 그만둔 다카시의 일까지 해야 했던 히라야마, 평소보다 늦게 귀가해 작업복만 겨우 벗고 그대로 쓰러져 잠드는 모습이 내모습 같았다.
하루의 시작과 끝, 어디에도 나만의 루틴을 만들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사는 나.
말이 많이 필요 없는 화장실 청소일, 공원 벤치에서 혼자 샌드위치 먹으며 하늘 바라보기, 누구의 방해도 없는 조용한 독서와 시나브로 잠드는 히라야마의 일상이 내게는 케렌시아(Querencia) 였다.
궁금한 것은,
히라야마는 출근할 때 손목시계를 차지 않을까?
다카시의 여자친구는 왜 히라야마 볼에 키스를 했을까?
히라야마가 "정말 그런 사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면서 아쉽거나 미련 같은건 없었을까?
히라야마는 왜 울었을까?
세 번이나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