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래 봄이 왔다

by 달게

이게 뭐지?


커피 한잔 사 올 생각으로 잠깐 주차했는데, 커피집은 '금일휴업'이 붙어 있어, 실망하고 돌아섰다.

다시 차로 향해, 문을 열려고 다가서니, 눈앞에 하얀 꽃잎.

무심하게 내 눈에 들어온 꽃잎을 지나쳐, 나는 차 문을 열고, 발을 막 들여놓다가, 서방정 약을 먹은 것처럼 천천히 마음에 닿았는지 뒤늦은 반응에 몸이 굳었다. 나는 필름을 거꾸로 감듯, 넣던 발을 빼고 서서, 차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 위에 떨어진 작고 하얀 꽃잎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어머나!


차 지붕에 살포시 앉은 벚꽃잎을 한참 바라보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요리조리 찍었다.

그렇게 한 삼사 분을 꽃잎에 머물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멧비둘기다.

머리 위 나뭇가지 사이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며 재잘거리더니, 꽃잎 하나를 또 떨군다.

벚나무 아래 주차했다는 사실도, 비둘기 덕에 알아챘다.

벚나무 꽃은 만개해 있었다.


어머나!


나 몰래 활짝 핀 벚꽃이 서운하다.

혼자 저리 활짝 폈다니.

봄이 온다는 것을, 꽃은, 나무는, 멧비둘기는 다 알고 있었나 보다.


봄이 올까? 의심하며 잔뜩 웅크리고 땅만 쳐다봤다.

한숨을 너무 쉬었는지, 땅이 꺼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고개 들어 보니, 활짝 핀 꽃이

'너는 몰랐지? 봄이 온 거?'라고 약 올리는 게 아니고,

'봄은 와. 그러니 안심해!'라고 안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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