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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순간 넘어지다

by 김민정 Sep 28. 2024

지난 9월 13일 금요일. 연휴 시작 전날.

비가 좀 내렸던 거 기억나실까요?

그날 오후 5시 즈음

명동에서 버스를 타고 와서 신사역에서 내렸고

신사역에서 신분당선을 타기 위해 4번 출구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4번 출구가 거의 보이는 지점에서, 저는 갑자기 미끄러지며 세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왼쪽 다리가 완전 뒤로 돌아갔는데요.

어쩌면 본능적으로 다른 곳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왼쪽 다리를 땅에 대면서 스스로 제 몸을 지킨 걸 수도 있어요.

그 순간 약간 속에서 찌릿한 느낌이 들면서, 온몸이 덜덜 떨리더군요. 골절이 되었을 때 느낌이 그런가 봐요


그때, 신발은 아디다스 운동화 삼바를 신고 있었고,

제가 미끄러진 구간은, 장애인들을 위해 바닥에 볼록볼록 뛰어나와 있는 노란 곳 있잖아요?

거기에 신발이 닿는 순간 너무 미끄러워서 주체할 수 없이 넘어졌습니다.


아무튼 저는, 뒤로 간 제 왼다리를 두 손으로 들어서 앞으로 당겼고, 똑바로 다리를 쭉 펴면서 정비한 뒤, 당시 긴 우산을 갖고 있었기에 그걸 잡고 짚으면서 일어났습니다. 걸을 순 있었는데 왼 다리를 땅에 짚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일단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엄마와 동생이 데리러 온다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정형외과가 바로 옆에 있어서, 절뚝거리며 들어갔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보니

의사가 왼쪽 발목 위 정강이뼈가 골절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뼈는 부러지면 무조건 6주 깁스인데, 이대로만 붙으면 수술을 안 해도 되지만, 여기서 삐뚤어지면 나사 같은 심을 박는 수술 해야 한다... 는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는, 원래 통깁스를 해야 하는데, 연휴 전날이라 통깁스 재료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해 일주일 후 다시 그 병원에 가서 경험해 본 결과, 재료가 없는 게 아니라 통깁스를 해주는 사람이 연휴 전날이라 이미 퇴근했고, 토요일엔 출근을 안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다친 그날은 반깁스를 했고, 연휴가 끝난 후 목요일에 다시 병원에 가서 통깁스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지켜야 할 점은 왼쪽 다리가 땅에 닿으면 안 된다! 였어요.

짚으면 뼈가 삐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인데, 깽깽이로 목발 짚다가 넘어진 뒤 결국 삐뚤어져서 오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의사는 자꾸 수술을 권하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일단 보존치료를 하길 원한다고 얘기했고, 이후 간호사가 반깁스를 해줬어요.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는데, 보통 병원에서 반깁스든 통깁스든 의사가 직접 안 해주고, 간호사나 다른 사람이 해주나요? 게다가 반깁스도 잘 됐는지 어떤지, 의사가 체크도 안 하더군요.

그리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라, 뼈에 좋은 음식 뭘 먹어라 이런 말도 의사는 안 해줬어요. 그저 수술만 얘기하는 의사의 냉정함이 저는 좀 별로였답니다.


제가 예전에 엄지발가락도 다친 적 있었는데 그때 갔던 정형외과에선 의사 선생님께서 직접 다 처치해 주시고 붕대 감아주시고, 그러셨던 기억이 떠오르며... 암튼 그랬습니다.

 

반깁스 한 이후, 다리를 병원 소파에 올려놓고 기다리니, 추석 연휴 전날 길이 엄청 막혔기 때문에 1시간 걸려 저를 데리러 온 엄마와 동생이 도착했어요. 그리고 동생 차를 타고 집에 왔는데, 그 시간동안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어요.

그리고 연휴 동안에는, 다리를 굉장히 높게 둔 채 거의 누운 자세로 일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토록 강하게 넘어졌음에도 정강이뼈만 골절되고, 무릎, 엉덩이, 양쪽 손 다른 곳은 어디 하나 흠도 안 생겼으니 노트북을 통해 일은 너무 잘할 수 있었어요. 이것도 기적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왼쪽 발을 짚으면 안 되니 집안에서 왔다 갔다 할 때 휠체어를 빌리고 싶었지만, 연휴라서 받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집에 엄마가 무릎수술하고 쓰셨던 워커를 밀면서 깽깽이로 다녔고, 다행히 요가를 오랜 기간 한 덕에 한 발로도 균형감각을 잘 잡을 수 있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깽깽이를 계속하니 오른쪽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휠체어가 오기 전까지 집안에선 바퀴 달린 의자를 타고 다니기로 했죠.


그렇게 연휴를 보내는데, 제일 슬펐던 건 주일에 성당을 못 가고, 합동위령미사도 못 간다는 사실이었어요.

주일미사를 이토록 갑작스럽게 못 가는 사태가 발생하다니 진짜 속상했고, 저 혼자 서울주보 어플에 있는 '공소예절'을 따라 읽고 기도하고, 신령성체의 기도도 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사실 넘어진 날 오후 2시 전 명동에 도착했는데 일하러 가기 전, 너~무 고해성사가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설고해소에 들려 고해성사를 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그날 일하며 만난 분에게 청년성서모임 하라고 권유하고......^^

그런 뒤 일 끝나고 엄마와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만나려고 가다가 넘어졌었답니다.

그날 고해성사라도 해 놔서, 주일 미사를 못 가는 거에 대한 마음이 그나마 안정적일 수 있었어요. 또, 다친 날 저녁부터는 치유를 위한 묵주기도도 열심히 했습니다. 뭐든 예상할수 없는 게 우리 삶이란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연휴를 보냈어요.

연휴 끝나고 병원에 재 방문한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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