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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

by 김민정 Oct 01. 2024

다치고 6일 후 저는 다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의사는 처음 다쳤을 때 보다 뼈가 미세하게 벌어졌다며 지금 일단 통깁스를 하지만 다음 주에 더 틀어지거나 벌어지면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했어요


통깁스 한 뒤 집에 왔는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다치고 난 충격도 있다 보니 내가 너무 널브러져 있었던 거 같다… 골절인데 뼈를 위해 왜 아무것도 안 한 거지…라는 마음이 올라오며, 그 순간부터 우선 커피를 끊었습니다. 현재시점까지 커피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있어요. 그간 일 하며 정신을 차린다는 핑계로 커다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얼마나 마셔왔으며, 다친 후에도 - 추석연휴 더웠던 거 아시죠? 아이스 커피를 배달시켜서 무지하게 마셨습니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뼈에 좋지 않은 음식 1순위가 커피, 카페인 들어간 음료였어요. 참…. 아무 생각 없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커피를 끊으며 커피의 단짝인 밀가루 버터 우유 등이 들어간 빵과도 절연했습니다.

뼈가 다쳤다면 평소보다 훨씬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간과했다는 생각이 스쳤고,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닌데, 그간 내가 나의 뼈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단 마음도 들었어요. 저는 칼슘 마그네슘 영양제도 안 먹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곧바로 최대한 원료 괜찮은 걸로 찾아서,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D 망간 성분의 영양제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약을 평소에도 잘 먹고, 알고 지내는 단골 한의사 선생님들도 몇 분 계시거든요. 침 잘 놓으시는 한의사 선생님께 상담 겸 전화드렸더니, 우리 뼈는 생각보다 잘 붙으니까 최대한 안정하면서 뼈에 좋은 음식 찾아서 먹으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자주 한약 지어먹는 일산의 한의원 선생님께도 말씀드렸더니 어혈 풀고 염증 줄이는 약 먹어야 한다 해서 바로 약도 지었습니다.

그리고 골절엔 홍화씨가 좋다고 하네요. 옛날 사람들은 골절된 곳에 홍화씨유를 그냥 뿌리기도 했대요. 그래서 국내산 홍화씨유 100%를 주문해서 지금까지 하루 한 숟가락 먹고 있습니다


어쨌든 제 삶에서 커피와 빵을 덜어내 보니, 뭐 생각보다 살만하고 괜찮더라고요.

얼마 전 뜬뜬 채널에서 황정민 배우님이 50살이 된 기념으로 자신을 위해 금연을 선물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걸 보며 나를 위한 선물은 꼭 무언가 물질적인걸 추가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덜어내는 것도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때, ‘아, 나도 날 위해 자주 무언가 덜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커피와 빵을 덜어낼 수 있었고, 다친 나를 위한 좋은 선물이 된 듯합니다.

그리고 5년 이내의 다 읽은 책은 동생 시켜서 동네 도서관에 기증했습니다. 그랬더니 책장이 조금 널널해지며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어요


누군가로부터 받는 선물도 좋지만, 나에게서 불필요한 물건, 습관, 행동 등을 찾아, 직접 덜어내는 일이 얼마나 나를 위한 훌륭한 선물인지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저는 다른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그 얘기는 또 다음에 들려드릴게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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