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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고 있는 부러짐

by 김민정 Oct 05. 2024

골절 2주 된 날 저는 처음 간 병원이 아닌, 정형외과 전문의 20년 넘으신 분을 검색해서 찾아갔어요

가서 사진을 찍어보니, 선생님께서 이대로 그냥 붙으면 되겠다며 수술은 안 해도 되겠다 하시더라고요. 하…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솔직히 그 2주 사이에 한발 생활이 익숙지 않아 집 화장실에서 주저앉아 엉덩방아 찧은 적도 있고, 씻을 때 깁스한 발에 끼우는 비닐 (쿠팡에서 샀어요) 신다가 발을 건드리기도 했고… 우여곡절이었는데…

그렇게 수난을 겪은 거에 비하면 제가 엑스레이를 봐도 거의 삐뚤어지지 않고 골절의 흔적만 있었습니다. 이것도 기적인가 봐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쨌든 골절이면 4주에서 6주는 깁스를 해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최근 나온 깁스 기구라며 새로운 걸 발에 차게 해 주셨어요. 헐거워지면 버튼을 눌러서 바람이 들어가 다리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너무 빡빡하면 바람을 뺄 수도 있는 기구였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너무 답답했지만 골절엔 효과가 좋다 하여, 이걸 차고 몇 주를 더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제가 10년 동안 요가를 배운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선생님은 연대 간호학과를 나오셔서 요가 선생님을 하시는 분이거든요. 그래서 요가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부분도 제가 종종 여쭤보기에 전화를 드렸더니, 무조건 안정하고 있으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리고는 선생님의 따님도 대학생 때 발목이 골절된 적 있었다며 2달 정도는 학교에 데려다주셨다는 얘기도 하셨답니다. 그러시면서 뼈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시며 응원해 주셨어요.


그러고 나서 동네 미장원을 동생이 태워다 줘서 갔는데, 그 미용사 분은 어릴 때 종아리뼈가 부러진 적 있어서 한참을 깁스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병원 갈 때 탔던 택시기사님도 팔이 복합골절 되어서 심을 박고 수술했었는데 시간이 약이란 얘기를 하셨어요


다리를 다친 저에게, 사람들이 가슴에 숨겨뒀던 부러진 기억을 꺼내줬습니다. 평소엔 티도 내지 않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나 털어놓는 상황을 마주하며, 어쩌면 우리 주위엔, 아팠던, 다쳤던, 상처가 났던 일을, 그저 마음에만 품은 채 미처 꺼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부러진 일을 꺼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마주한 그 사람도 부러진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그렇게 만나 속을 털어놓으며 위로해 주기로 해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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