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이 이루어진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역
이스라엘이 신비스러운 신성의 나라인 것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텔 단’이다. 심지어 이스라엘도 아닌 것 같고, 어디 동화 속 수풀 안에 와있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텔 단은, 요르단 강의 발원지 3개 중 하나인데, 3개 중 단 강(DAN River)이 제일 크고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이 샘의 원천은 국경지역에 있는 헤르몬 산인데, 산에 쌓였던 눈이 녹아서 내린 물이 흐르는 것이며, 갈릴래아 호수로 들어가는 시작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단'은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한 지파로 야곱의 다섯 번째 아들 이름을 딴 것이다. (창세기에 이름 나와요) 어느 정도 위치인지 지도에서 찾아봤더니, 갈릴래아 호수에서 한참 위로 올라 간 곳!
꼬불꼬불 우거진 수풀 길을 다 헤쳐나가니
이런 분위기의 어마어마한 바위벽이 등장한다
이곳은 The Sacred Precinct 성스러운 종교 구역이라고 되어있는데
사실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 죽은 후, 반란을 일으켜 왕이 된 예로보암 왕 시대에 우상숭배가 이뤄진 곳이다.
예로보암 왕은 하느님 대신 금송아지를 만들어 높은 단상에 모시고, 그 아래에 제물을 바쳤다. 그 제단을 마련해 놓았던 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큰 나무 아래에 금송아지를 모시고, 번제물을 올린 사람들. 하느님께 마음을 두지 않고, 사사로운 문제, 권력, 재물에 마음을 쓰며 금송아지가 다 해결해줄거라는 오류를 범하는 일은 우리 역시 쉽게 저지를 수 있다.
눈 앞의 금송아지, 헛된 것, 번쩍이며 좋아 보이는 권력에 마음을 쓰는 것! 그 오류의 끝은 불행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악한 길에서 돌아서지 않은 예로보암 왕은 결국 멸망하여 땅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1열왕 13,34)
그리고, 이 지역은 헬레니즘 시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Pan) 신(헤르메스의 아들로 피리를 부는 목양의 신)을 모시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을 파네아스(Paneas)라고 불렀는데 후대에 아랍인들이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바니아스라고 부르게 됐다. (아랍인들은 ‘판’이라는 발음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신기하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깎아내린 듯한 암벽과 고대의 유적들,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만큼, 이곳은 이스라엘 국립공원으로 보존돼 있다.
아마도 판 신전의 흔적인 듯하다
그렇지만 그리스도 신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신앙을 고백한 곳, 바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이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다 (마태 16,13-20)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그런 다음 제자들에게, 당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예수님은 공생활을 하시며, 수많은 구마, 치유, 기적들을 보여주셨다. 그건 단지, 초능력을 자랑하시기 위함이 아니고,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행하신 것이다. 그리고, 마치 공생활의 총정리처럼, 자연이 수려한 이곳에서 (아마도 제자들과 함께 피정 오신 게 아닐까 싶은데)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누구라 하더냐고 물으신다.
제자들이 전하는 세상의 풍문들을 다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며 직접적인 질문을 하신다. 그러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며 신앙고백을 한다. 그에 대한 응답이랄까, 예수님께선 시몬을 “베드로” 곧 ‘반석’이라고 부르시면서 하늘나라 열쇠를 주신다고 하시는데, 카이사리아 필리피의 깎아지른 암벽이 딱 눈에 들어오셔서, 금방 생각나신 단어가 ‘돌’이니까 그렇게 말씀하셨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혹시라도 예수님이, 암벽을 보면서 즉석에서 베드로에게 반석이라는 이름을 주셨다고 하더라도, 교회의 기초가 된다는 뜻이니, 1대 교황 베드로 성인에게 이처럼 딱 맞는 표현이 어디 있겠는가! 예수님은 센스도 있으시다.
나에게 예수님은 누구일까,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겐 그냥 그런 기적을 일으킨 인물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예수님은, 내 인생을 바꿔놓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다.
이스라엘에 가면 이런 신앙고백이 저절로 나오는 곳이 많다.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나의 예수님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모든 것이라고 입을 열어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있을까?
모든 게 이루어지는 곳.
사랑 고백이 절로 나오는 곳
그곳이 바로 이스라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