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광야라는 곳은, 참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 의해 기적적으로 탈출을 했지만, 약속된 가나안 땅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40년 동안 광야에서 떠돌이 생활을 한다. 광야라는 게 어떤 스타일인지 직접 가서 봤더니, 말 그대로 사막이었다. 여기서 뭘 먹고 뭘 마셨을까 싶은 공간. 그늘은 없고 뜨거운 곳. 하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광야.
그리고, 예수님은 세례를 받자마자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로 가셔서 40일 동안 단식하며 지내셨는데, 그곳에서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지만, 흔들림없이 이겨내셨다.
광야는 이렇게 우리를 단련하는 곳, 단련받는 시간이다.
광야에 가서, 혼자 앉아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가만히 눈을 들어 보니, 사막같은 이 곳에도 예쁜 꽃이 피어있고, 나비도 날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삭막하고, 혼자 있는 거 같고, 날 아무도 보지 않는 거 같은 느낌이 우선이니, 그 꽃이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그 시간에,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 주어진 단련과 시련의 시간에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깨달아가는 게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다 광야에 있는 도시 쿰란은 예수님이 오시기 전, 기원전 2세기에 '에세네파'라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남자들만 모여 있었다는데, 세속적인 것과 단절되어, 그냥, 무조건 동굴 안에서 구약성경 필사만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2천여 년간 아무도 모르다가, 1947년, 이곳의 양차기 소년이 길 잃은 염소를 찾으러 다니다가 동굴을 발견했고, 힘겹게 동굴로 들어갔더니, 오래된 항아리와 두루마리들이 잔뜩 있었다는 것이다. 이 것이 바로 20세기 성서고고학 최대의 발견이 되었다. 이런 거 보면, 하느님이 사람을 도구로 쓰시는 방법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대단한 지식과 재물이 있는 사람이 아닌, 어린아이에게, 역사적인 발견을 시키셨으니 말이다.
파피루스 위에 고대 히브리어로 적어놓은 성경 사본. 에세네파의 흔적은, 국립공원 안에 보존되어 있었다
이런 동굴에 들어가 모여서 살았다는 에세네파
에세네파 사람들은 언젠가 올 메시아를 기다리며, 성경을 필사하며, 기도하며, 자신들을 단련시키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이런 노력은, 후대에 너무나 소중한 기록이 되었으니, 지금 우리가 쓰고 읽고 말하는 것이 또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잘 먹지도 못하고 풍족하지 못했지만, 광야에서 살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지금도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시간 동안 부침이 많았던 민족. 남북으로 갈라졌다가, 유배 갔다가, 지배당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그들은, 광야에서 살 때, 하느님과 너무나 가깝게 있었으니,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이 어떻든 간에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린 다 각자 광야의 시간을 걸어가고 있으며, 때론 지치고 무너지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하지만, 눈을 들어 곁을 돌아보면, 예쁜 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구름기둥 불기둥이 내 옆에 있는 것처럼,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며,
나의 하느님이 계시며,
그 안에서 우린,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야 이 광야를 잘 지나갈 수 있는지 지혜를 청할 수 있으니,
그렇게 희망을 갖고,
다시 세상이란 들판에 서서,
힘껏 마음을 움켜쥐고 잘 걸어 나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