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코 자캐오 무화과나무, 착한목자성당 미사
그다음 방문한 곳은, 사해의 살짝 위쪽에 있는 예리코(Jericho)
예리코는 성경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유명하다. 기원전 8000년경부터 있었다는 세계 최초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요르단강 근처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려면 거치게 되는 곳. 예수님도 이 곳을 지나가셨고, 거기서, 자캐오라는 세관장이고 부자인 사람을 만나신다
예수님과 자캐오 (루카 19,1-10)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들어가시어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
마침 거기에 자캐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세관장이고 또 부자였다.
그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질러 달려가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그곳을 지나 시는 예수님을 보려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시며 그에게 이르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는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저이가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군.” 하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자캐오는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자캐오가 올라갔다는 돌무화과나무가 울창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나는 재밌었던 게, 키가 작은 자캐오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보려고,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갈 정도로 애를 썼는데, 예수님은 신기하게도, 이미 자캐오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자캐오는 예수님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고 좀더 알고 싶어서 안달복달한 상태였는데, 예수님은 자캐오에 대해 다 알고 계셨던 상황.
'예수님은 이런 분이시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자캐오처럼 신앙이 없었을 때에도, 예수님이란 분에 대해 궁금증만 있었을 때에도 내 이름까지 다 알고 계셨고, 나에게 오셨고, 그렇게 구원해주시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신 분.
그리고, 예리코에서 3km쯤 떨어진 곳에 있었던 유혹산을 조망했는데, 마태오복음에서, 악마가 예수님을 세 번째로 유혹할 때 데려갔다는 '높은 산'이 바로 이곳이다.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다 (마태 4,1-11)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분께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데리고 거룩한 도성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 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셨다. “성경에 이렇게도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악마는 다시 그분을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 주며,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는 그분을 떠나가고, 천사들이 다가와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이 산은, 해발 350m인데, 산 중턱 동굴에 정교회 수도원이 있다. 이 동굴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셨을 때 계셨던 곳이라는 전승이 전해온다.
점점 강도가 세졌던 악마의 유혹을 예수님께서 어떻게 거뜬히 물리치셨나 복음을 잘 읽어보니, 성경말씀으로 마치 광선검 쏘듯이 쏘아붙이시며 악마를 쫓아내셨다. 그러니,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유혹들을 없앨 때 말씀만큼 큰 역할을 해 주는게 또 있을까.
낙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신기했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미사를 위해 착한목자성당(Good Shepherd church)으로 향했다.
착한 목자 성당은 자캐오와, 예수님께서 예리코에서 만났던 또 한명의 인물 티매오의 아들 소경 바르티매오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자캐오와 바르티매오의 공통점은 바로, 앞을 가리는 것들을 헤치고 예수님을 만났다는 것!
자캐오가 키가 작아 돌무화과 나무에 올라가 예수님을 만났다면, 바르티매오는 보이지 않는 소경이었지만, 예리코에 예수님이 찾아오셨다는 얘길 듣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소리를 질러서 예수님이 자신을 보게 만든다.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했지만 개의치 않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얘기하자, 예수님께선 바르티매오의 눈을 뜨게 해 주신다. 그는, 그렇게 앞을 가로막았던 상황들을 헤치고 예수님께 치유를 받았다.
너무나 예쁜 성당. 예쁜 사람들의 예쁜 마음이 모여 드린 미사.
성당 마당에 계신 성모님은 커다란 묵주를 목에 걸고 계셨고, 그 뒤에 나무는 더더 커다란 묵주를 걸고 있었다. 그렇게 우릴 위해, 그리고 착한 목자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성모님
예수님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건 무엇일까, 예수님을 못 보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어쩌면 내 마음의 불안, 걱정, 두려움 그런 것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두려움'은 칠죄종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신앙 생활을 막는 큰 걸림돌이라 했다. 두려워서, 불안해서, 예수님을 크게 부르지 못한다면, 그래서, 내 신앙이 더 탄탄하게 성장하는 걸 방해한다면,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의 방향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