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수꾼>에서 기태(이제훈)는 엄마 없이 자라 결핍이 많은 아이죠. 친구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서툽니다. 남들 다 있는 엄마가, 자기는 없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 분노가 있고, 그런 만큼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큰 데, 그게 뜻대로 잘 안되는 거죠.
친구들에게 애정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서툰 걸 넘어서, 잘 모르는 아이.
단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신경질을 부리고, 괴롭히기부터 하고, 그러더니, 앞도 뒤도 없이 미안하다고 하고, 왜 미안한 건지, 왜 용서해야 하는지, 그 중간과정을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는 아이.
여기서,
예부터 내려오는 숙제 아닌 숙제, 정답을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질문이 떠오르는데요,
사랑이든, 용서든, 받는 게 먼저일까요?
하는 게 먼저일까요?
누구는, 내가 먼저 타인을 사랑해 주고 용서해 줘야, 그 마음 덕에 세상이 아름답다고도 하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몇몇 인문학자들의 강의에서 듣고, 또 저의 경험을 돌아보면,
그게, 그 사람의 다음 행보를 결정하게 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죠. 물론 엄마도 어릴 때부터 머리 예쁘게 묶어주시며 사랑 담아 키워주셨고, 사실, 지금도 애정과 관심이 너무 넘쳐서, 이제 이 나이에 부끄러울 정도예요.
그러니, 저는 주위에 인연이 닿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베푸는 게 당연하다는 마음을 갖게 됐나 봐요. 다정했던 우리 할머니처럼,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삶!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은 사랑을 잘 주게 된답니다.
용서도 마찬가지예요. 제 후배는, 자가용에서 내리다가 문을 확 여는 바람에, 어떤 외제차를 실수로 긁고 말았어요. 전전긍긍, 외제차 주인이 엄청 뭐라고 하려나, 보험사를 불러야 하나, 걱정 가득이던 순간, 그 외제차의 주인이 등장했고, 아주 쿨한 여자분이었대요. 자신의 차를 보더니, "응? 아무것도 아니네, 그냥 가세요~ 이 정도야 뭐~" 이러면서, 정말 시원하게 용서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러고 나니, 다음에, 누군가가 내 차에 살짝 상처를 내는 똑같은 상황이 발생을 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냥 보내줄 수 있었대요. 용서를 받아본 사람은, 용서를 해줄 수 있는 거죠.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고, 용서를 받아봐야 용서를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죠.
우리 모두가 자선사업가, NGO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살 필요는 없어요. 물론 베푸는 건 훌륭한 삶이지만, 앞도 뒤도 없이, 베푼다는 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나눠주기만 한다면, 나중에 공허해질 수도 있어요.
우리, 먼저 사랑받고 먼저 용서받기 위해 노력해보면 어때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꼭 이성이 아니어도 된답니다. 처음부터 이성에게 사랑해달라고 하면 약간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삐그덕거릴 수도 있으니..) 진심으로 다가가고, 마음을 열고, 그러며 지내다 보면, 작은 메시지에서부터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 어쩌면, 여러분 모두, 이미 사랑받고 있는데, 모를 수도 있어요. 너무 각박한 세상 정신없이 살다 보니, 내가 사랑받고 있는지 어떤지 인식하지 못할 수 있는 거죠.
사랑받으며, 또 사랑하며 지내기로 해요.
여러분과 그들이 마음에 용기를 얻고 사랑으로 결속되어, 풍부하고 온전한 깨달음을 모두 얻고 (콜로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