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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Oct 30. 2019

<매그넘 인 파리>를 보고

화제의 사진전,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지고 있는 <매그넘 인 파리>를 보고 왔다.

역시, 소문대로 알차고 멋진 전시회였다. 매그넘 포토스 소속의 사진작가 40명이 포착한 파리의 기쁨, 슬픔, 낭만, 고뇌, 그리고 사랑


촬영이 가능한 캐주얼 전시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특별관에서 펼쳐지는 브레송의 사진들은 촬영이 금지 되어 있었다. 거기는 브레송이 찍은 '사르트르'의 모습이 있으니, 시간되시는 분들은 꼭 확인하시면 좋을것 같다.


일단, 전시장의 BG가 샹송인것도 좋았고,

전시회 섹션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파리의 아픈 과거, 이념 속 갈등,

그리고, 파리하면 빼놓을수 없는 에펠탑, 센 강, 퐁네프다리 등 명물들,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색션, 파리의 패션,

거기다, 파리지앵들을 담은 인물사진,

방을 옮겨갈 때마다 펼쳐지는 사진들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동서독 정상회담 장면을 찍으려는 사진기자들의 모습이라고 하고,

이번 사진전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카페에서 책을 읽는 파리의 한 여인. 눈부신 햇살 아래, 노천카페에서 책 삼매경에 빠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몇 년 전 있었던 파리의 테러와 지난 4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포착한 사진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파리의 패션’ 방에 들어서니, 디올 향수라도 뿌려놓은 건지 향기부터 감미롭고,

디올, 생 로랑, 칼 라거펠트까지 패션의 거장들 사진이 나열되어 있어서 제일 제일 좋았고

그리고, 파리지앵 섹션은 가장 너무나 많은 여운을 안겨 주었는데, 바로 이 사진 때문이었나 보다.

고다르와 진 세버그. 한때 씨네키드였다면, 이 사진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누벨바그를 만들어낸 역사적인 작품 <네 멋대로 해라>의 감독과 배우. 그들이 청춘이었던 시절.

이미 우리 세대가 <네 멋대로 해라>를 볼 때, 진 세버그는 세상에 없었다.


전설로 남은 진 세버그. 결혼을 몇 번 했고 그런 걸 떠나서, 아름답지만 급진적이었던 그녀의 삶은, 1960년대, 70년대가 소화하기엔 너무나 버거웠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떠오른 일이 있는데, 대학원 때 교수님이 <네 멋대로 해라>의 진 세버그를 모르고, <시계태엽 오렌지>의 말콤 맥도웰을 모르는 게 말이 되냐고... ;; 그런 것도 모르면서 무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냐고 엄청 뭐라 했던 기억이 나면서... '외국 이름은 금방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대학원 다니기 전에 <네 멋대로 해라> <시계태엽 오렌지>는 다 봤었다고요...' 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참았었다. 그런데, 이제 진 세버그와 말콤 맥도웰은, 요즘 20대들에겐 정말 정말 모를 이름이다. 하루하루 일상이 힘들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인 세대에게, 영화 역사를 바꾼 작품의 주인공을 알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옛날 파리지앵들 중에 부자도 있었겠지만, 가난한 사람도 있었을 거고, 그런 사람들이 어울려 카페 드 플로르 같은 카페에 앉아서, 문화 예술을 커피와 함께 얘기하곤 했었다.

우리도 90년대에 돈도 없고, 미래도 없었지만, 영화 얘기, 책 얘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었는데...

서울 청담동에도, 아는 사람은 아는, 카페 드 플로르가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ㅋ


요즘 20대들은 모여서 무슨 얘기를 하나요...? 급 궁금해졌다.     


그냥 흥미로운 사진전 보고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많은 여운을 안고 돌아왔다.

돈이 아깝지 않았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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