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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an 14. 2020

두 교황 (The Two Popes)

가끔, 신은 나를 시험하시나, 왜 나에게 이런 일을 만드시는 걸까, 의문이 올라올 때가 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 방향은 어디일까 궁금해질 때, 기도하고, 응답받기를 원하고, 이처럼 사람은 나약하기에 청하며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같이 그냥 그런 사람도 이런데, 종교를 떠나, 어떤 단체, 기업 등의 대표, 최고 높은 자리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순간순간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맞는지, 이 말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리고 구성원들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작은 단체에서도 그럴 텐데, 한 종교의 최고 자리에 있다면, 그 부담감, 어려움은 말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성직자 중의 성직자, 파파 중의 파파도, 말그대로 주님의 음성을 들으려고 영적인 보청기를 끼고, 노력한다는 것. 그렇게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는 것. 그 이야기가 영화에 담겨있다.


<두 교황>을 보기 전엔, 아무래도 단순 호기심이 많았다. 원래 하늘 아래 두 교황은 없는 거라는데, 그래서, 재임 중인 교황님이 선종하셔야 다음 교황님을 선출하는 건데,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생전에 사임하시면서, 새롭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출된 것이니, 그렇다면 두 분은 언제 어떻게 만났을까, 성향이 너무 다른 두 분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이런 사사로운 관심이 더 많았던 거 같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분명 종교적인 이야기가 가득한데, 종교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았고, 마지막에 찡하면서도 웃음이 나왔고, 어떤 리뷰에서 보니 '불교신자인데도 재밌게 봤다'는 내용이 있었다.  


성직자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어떻든 간에 실수는 할 수 있고, 그에 대해 두 교황님들이 얘기를 나누며 털어놓는 게 인상적이었고, 그렇다고 그냥 그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비틀스 얘기를 하다가 다시 신앙 얘기로, 축구 얘기를 하다가 다시 종교 얘기로, 그렇게 고수들 다운 유연함을 보여주는 게 멋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너무나 예쁜 색감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카메라 워킹으로 담아낸 것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데 한몫을 한 듯하다. 그리고, 콘클라베(교황선출)할 때 그 내부가 다 세트라니, 반짝이게 예쁘고 완벽했는데, 세트라는게 믿기 어려울정도였다.

그리고, 물론, 이 영화를 꽉 채워주고 빛나게 만드는 건, 두 배우

안소니 홉킨스조나단 프라이스

안소니 홉킨스는 우리가 <양들의 침묵>에서 익히 봤듯이 무시무시한 연기를 자유자재로 하시는 분인데, 이 영화에서 때론 카리스마 넘치다가, 또 어느 순간엔 한없이 나약한 듯 보이다가, 또 피아노를 치실 땐 어린애 같아 보이다가, 그런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배우가 몇 명이나 있을까. 역시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조나단 프라이스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나온 걸로 유명한 배우인데, 워낙 훈훈함이 느껴지는 배우라 그런지,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싱크로율이 100퍼센트였다.

영화에는 명대사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그걸 필기하며 보게 될 정도이다.

그중 더더욱 좋았던 대사들

* 우연의 일치는 없어요 모두 주님의 뜻이랍니다

* 고해를 하면 죄지은 자의 영혼은 씻길지 몰라도 희생자를 돕진 못해요

* 죄악이 남기는 건 상처이지 얼룩이 아니에요. 치료받고 아물어야 한다고요. 용서는 충분하지 않아요

* 약점이 있어서 주님의 은혜가 필요한 겁니다. 연약함을 보여줬으니 강인함을 주실 거예요

*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입니다

* 눈물을 흘려야 한다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하소서


그 외에도 가톨릭 신자들은 아는 '성체성사'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 단지 성체 분배에 대한 내용뿐이 아니라, 우리가 약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자세애 대한 얘기니까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특히 좋다.

아마 최근 영화들 중 가장 여운이 깊게 남는 에필로그가 아닐까 싶다.

두 교황님이 2014년 월드컵 결승전, 독일 대 아르헨티나 경기를 보시는데

그때 나오는 음악이 Besame Mucho (Kiss Me Much)


신념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도 우린 연약한 인간이기에,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서로의 잘못을 들어주고, 이해해 준다면,

그리고, 기도하며 걸어간다면,

그곳에 축복을 내려주실 거라고 믿으며


*신과 함께 우리는 움직이고 살고 존재합니다. 신과 함께 살지만 우리는 신이 아니에요. 우리는 인간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분이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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