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가을이 시작되었나보다
집안의 이곳저곳 정리와 청소가 필요한 곳이 자꾸 눈에 밟힌다
무더운 여름에는 더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었는데,
조금의 바람이라도 불어온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팔을 걷어붙이고 만다
언제 이렇게 찌든때가 많았지..
어쩌면 그만큼 작은 부엌에서 여름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집밥을 해낸
나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일테다
깔끔해지는만큼 나의 무덥고 힘들었던 여름도 서서히 지워진다
벌써 20년이 다되어가는 냄비 하나.
결혼할때 양수,편수,전골냄비로 마련했던것이
세월이 흘러 하나가 고장나고, 또 하나가 고장나서
결국 하나만 남았던 냄비였다.
시간이 쌓여버려서 아마 쉽게 버릴수 없을 거다
압력솥도 참 오래도 함께 했다.
닦아놓으니 또 한동안은 세월을 함께할 수 있겠다
손잡이가 고장나서 몇번이고 버릴까 망설였던 냄비도
닦고 나니 새 냄비가 되어버려서
아무래도 너도 또 함께해야겠다
그렇게 오래된 냄비가 다시 반짝일 때면,
엄마와 살림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함께한 만큼,
다정한 집에서 오래도록 곁을 함께해야겠다, 생각한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찾아오는 작은 병이 있다.
바로 참지 못하고 새 식물을 집에 들이는 것.
이번에는 실내에 놓고 싶은 식물 4가지를 데려왔다
가을이 베란다 정원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만들고
여름 내내 비워져있던 작은 화분들 속에
새 식구들을 채워준다
아이들의 방에 초록을 심어주고
남편의 곁에 초록을 채워준다
지난 겨울, 남편의 침대 옆에 두었던 작은 화분을 이번 봄에 다시 베란다 정원으로 내왔더니
남편은 허전한지 자꾸 자기 곁에 화분을 하나 두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관심이 없던 식물들에 관심을 갖는걸 보니
아무래도 남편도 나와 함께 늙어가나보다 싶어
괜스레 마음이 흔들거렸다
살림이란,
결국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일이구나.
며칠전, 큰 아이의 방에 잘자라고 인사하러 들어갔다가
문득 어린시절 조그마한 아이가 떠올라,
"이제 엄마품에서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우리 딸은 언제 이렇게 커버렸지?"
했더니
아이는 슬그머니 울먹였다
아이의 곁에
한결같이 사랑으로 꽉 채워줬던가,
생각하니
아이의 눈물처럼
나도 가슴이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