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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Nov 22. 2020

여자나이 오십

2막 그렇지만 # 싱글들의 비상 연락망 

"결혼은 미친짓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노래방에서 이 가사에 맞춰 목청껏 노래하며 몸을 흔들던 친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묻는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음악소리에 질문이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뭘? 뭘 말이야?" 나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답을 한다.

"결혼.. 결혼 말이야... 정말, 결혼이 미친짓이라고 생각하냐구?"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녀를 보니 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이 미친 짓을 해보지 않고 내게 묻고 있는 친구.

그래서 안했구나. 너는. 그녀는 싱글이다. 

결혼은 정말 미친짓일까? 맞다.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 결혼이다.

사랑에 미치고 순간에 미치고 감정에 미치고 분위기에 미쳐서 하는 일. 그게 결혼이다.

그러니 돈이 없어도 가능하고 학벌이 부족해도 가능하고 앞뒤가 맞지않아도 그 당시에는 가능하다고 

우겨지는 일.  그게 결혼이다. 그렇게 둘 다 미쳐서 하게 되는 일. 

그래놓고는 뒤늦게 결혼 때문에 미치겠다고 성토들을 하며 산다. 참말로 너나나나 웃긴다.


미치지도 않고 매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사는  싱글의 친구들이 내 주변에는 꽤나 많다.

한동안 그녀들의 여유가 제법 부럽기도 했다. 

집안일로 서둘러 퇴근을 해야하는 내게는 마사지를 하러 급하게 퇴근하는 그녀들의 여유가 별세상으로

보였었다. 그녀들은 아들딸 대신 알토란같은 아파트가 서너채는 되고, 돈 벌어와 생색 내는 남편 대신

번듯한 전문직이 있고, 꼬투리 잡힐까 부담되는 시댁 대신 언제가도 두팔벌려 반겨주는  단골 피부과가 있다.  

그래서 부럽기도 했던 그녀들이 나이가 들면서 종종 노후의 외로움을 걱정한다. 

"결혼했다고 안 외로운지 알아? 그거 착각이야. 자식들은 다 제 길 찾아 뿔뿔히 미국 가고 서울 가고

남편이란 작자는 낚시에 골프에 주말이면 아예 짐 싸들고 나가고, 한 집에 있어도 밥 차리느라 머리만 아프지.

밥 먹고 나면 또 제각기 자기방에 콕 박혀서 말도 안 섞어. 일 버리고 결혼만 한 여자들이 얼마나 외로운지 

너희들은 모를거다."

결혼 후  살림만 해 온 친구들의 이런 하소연을 들으면 그나마 직장 포기하지 않고 내 일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진다. 그래도 그런 결혼 안해본 싱글들은 뭔가 불안한 모양이다.  

"그래도 사람이 혹시 아니. 지켜줄 남편이라도 있잖아.  난 요즘에말야.. 혹시 오전에 내가 출근 안하고

전화 했는데 전화도 안 받으면 꼭 우리집에 와보라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니까.  나이드니까 옆에 아무도 

없다는게 조금은 불안하기도 해. 엊그제는 배가 너무너무 아파서 정말 1미터도 못 걷겠는데, 약은 주방에 있고 안방에서 주방까지 기어가는데  한 30분은 걸린거 같아. 이러다가 죽으면 아무도 모르겠다 싶더라. 휴..."


한숨 내 쉬는 싱글 친구의 말에 격해진 더블 친구의 대답.

"뭐 지켜주는 남편? 부부로 살아도 나는 거실에서 TV보고 울 남편은 자기방에서 컴퓨터하고.... 그러다가

누구 한사람 쓰러져도 모르는거야. 너 꼭 둘이 산다고 옆에 딱 붙어있는거 아니다. 안방에서 일벌어졌는데

거실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알겠니. 하긴 뭐... 별일 생기면, 혼자 있는 것보다 발견하는 속도는 조금 빠르긴 

하겠다. 크크."

하하호호.  우린 박장대소를 했다.

결국 그 날 모임에서 싱글 친구들 네명은 서로의 비상연락망을 나누며 간간히 서로에게 별일이 없는지 안부를 물어주기로 했다. 싱글들의 비상연락망이라. 현실적인 대안이다.


지극한 열정으로 미쳐  한 집에 모였다가 지극한 무관심에 빠져  한 집안 두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것.

결혼은 미친짓이 맞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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