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질문을 몇 개 하겠습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봤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질문에 답 해보세요.
그렇다면 왜 영어를 잘 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하고 싶은 말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러면 영어를 잘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문장 구조, 어휘, 발음 중에 무엇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주어, 동사, 목적어, 명사, 형용사, 전치사 이런 것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영어로 말을 막 시작하게 된 사람들은 이런 문장의 요소들 중에 어떤 단어를 가장 먼저 말할까요?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영어로 떠오르는지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아래 문장을 영어로 말해볼 겁니다.
위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나요?
(1) 너
(2) 약
(3) 먹었어
(4) 약 먹었어?
이 문장을 이제 영어로 말해보세요.
영어로 다음 중 어떤 단어가 입 밖으로 가장 먼저 튀어나왔나요?
(1) 너
(2) 약
(3) 먹다
(4) 약 먹다
(5) 전체 문장
이 사람은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입니다. 주어만 시작한 뒤 그 뒤로는 말을 잇지 못하고 손짓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할 확률이 높습니다.
말을 한다고 해도 아주 기본적인 동사 몇 개만 활용해서 말할 것입니다. 이 사람은 영어 문장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명령문이나 의문문이나 모두 You(너)로 시작할 확률이 높습니다. 문장의 구조도 시제도 무시합니다. 당연히 목적어도 무시합니다. 목적어는 문장에 포함하지 못하고, 목적어에 해당하는 실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이거 마셔.”
You drink.
“저거 먹었어?”
You eat?
이 사람은 초보적인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입니다. 영어를 문장으로 구성하지 못하고, 단어로만 의사소통하는 단계입니다. 초보적인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대부분 ‘명사’를 가장 먼저 뱉어냅니다. ‘명사’만 말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동안은 계속 단어로만 분절된 의사소통을 시도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가방 하나 사려고요.”
“Bag.”
“표 하나 주세요.”
“One ticket.”
얼핏 보면 (1)번의 경우는 주어+동사는 그래도 말했기 때문에 좀 더 길게 말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2)번의 경우는 어휘를 조금 더 많이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에, 당연히 의사소통에 성공할 확률도 조금은 높습니다.
이 사람은 영어 말하기 요령을 감 잡기 시작한 단계에 있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입이 빵 터질 수 있는 긍정적인 단계입니다. 영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동사’에 먼저 집중한 사람이라면, 영어라는 언어의 특징과 영어의 기본적인 문장 구조를 이미 파악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동사의 시제와 문장의 형태를 알고 있기에 조금만 더 힘내서 공부하면 이런 식의 표현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먹었어?”
Did you eat~?
“나 ~샀어.”
I bought a ~.
“~ 살래?”
Do you want to buy ~?
“~에 갔어?”
Did you go to~?
“뭘 해야 하지?”
What should I do?
“얼마나 걸려요?"
How long does it take?
이 사람은 영어를 곧잘 하는 사람입니다. 영어 문장에서 중요한 내용은 ‘동사 + 목적어’로 구성된 ‘동사절’에 들어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약 먹다’라는 표현을 알고 있을 만큼 영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전체 문장을 실시간으로 뱉어내는 단계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핵심 표현을 먼저 뱉어내고 난 후에 전체 문장을 머릿속으로 구성하려고 시도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도 어휘와 표현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의사소통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이 사람은 영어에 아주 능숙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영어 문장을 조각조각 쪼개서 인식하지 않습니다. 우리말 의미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완결된 영어 문장이 거의 실시간으로 튀어나올 만큼 영어와 친하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우리말 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사람입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모든 사람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단계입니다.
이번에는 같은 문장으로 여러분의 영어 표현력과 발음 지식을 한 번 테스트해보겠습니다.
다음 우리말 단어를 영어로 표현해보세요.
(1) 먹다
(2) 약
(3) 너 약 먹었어?
(1)의 ‘먹다’를 혹시 eat으로 표현한 사람 있나요?
(2)의 ‘약’을 medicine이라고 말했나요?
(3) Did you ~? 여기까지는 아마 많이 맞혔을 거예요.
Did you eat medicine? 이렇게 말한 사람 있나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너 약 먹었어?
영어에서는 ‘약 먹다’, '약을 복용하다'라는 말을 할 때는 ‘eat’ 동사가 아니라 ‘take’ 동사를 씁니다. 그리고 ‘pill’은 원래 ‘알약’을 말하는데,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take the pill
take the pills
take this pill
take your pill
take my pills 등.
여러분은 위의 문장을 어떻게 발음했나요?
(1) / 디드 유 / 테이크 / 더 / 필즈/
(2) / 딧 / 유 / 테익 / 더 / 필즈 /
(3) / 디쥬 테익더 / 피얼즈 /
여러분이 발음한 것과 가장 유사한 것은 몇 번 인가요?
(1)번처럼 발음했다면 영어를 한국어 억양으로, 한국어 발음으로 말한 것입니다.
(2)번처럼 발음했나요? 너무 조각조각 쪼개서 또박또박 발음했기에, 문장이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아 상대방이 여러분의 말을 못 알아들을 확률이 높습니다. 너무 또박또박 발음하면 아무리 짧은 문장이어도 자연스러운 속도로 단숨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3)번처럼 발음했다면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말한 것입니다.
여기서 take(테익)이 중요한 단어라 강세를 넣어 강조하고, 마지막 pills를 더 강조해서 /피얼즈/처럼 길게 발음하면 진짜 원어민처럼 들립니다. the(더)는 존재감이 없이 아주 약하게 발음하면 되는데, take에 슬쩍 붙여서 /테익더/로 발음하면 아주 유창하게 들립니다. 붙여서 단숨에 발음할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한 번에 후루룩 발음하면 더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들립니다. 그러니 이렇게 발음하세요.
/ 디쥬 테익더 /
/ 피얼즈 /
오늘 이 표현 하나는 완벽하게 외웠겠죠? 원어민 음성을 들으면서 따라 해보세요.
아주 천천히 – 천천히 – 빠르게
빠르게
내가 30대 초반에 이탈리아어를 시작하고, 30대 중반에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단기간에 말이 터졌다고 하고, 게다가 스페인어까지 3개국어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둘 다 아닙니다. 원래 영어를 잘 하지 않았고, 중학교 때 잠깐 좋아하다가 고1에 영어를 완전히 포기했었습니다.
영어를 잘 하려면 언어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매일 10분 정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 딱 그 만큼의 ‘관심’과 끈기면 충분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발음이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말을 할 때 사용하지 않던 발성 근육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충분히 연습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약간의 인내심과 흥미를 갖고, 여러분이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조금 더 연습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고, 도무지 발음을 해 낼 수 없을 것 같은 것도 신기하게 다 발음해낼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어 한두 개 이어서 발음해내기도 어려웠지만, 조금만 하면 문장 전체를 후루룩 자연스럽게 발음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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