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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희 Jun 27. 2017

독자 시낭독#6 루시 몽고메리의 "행복을 찾는 사람"

오늘은 독자의 시낭독으로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의 시 한 편 감상하세요. 박현경님께서 다정한 목소리로 낭독해주셨어요. 





행복을 찾는 사람 
                      - 루시 몽고메리

행복을 찾아서 온 세상을 헤맸어요. 
오, 간절한 마음으로 멀리멀리 탐험했지요. 
산과 사막과 바다까지 뒤졌어요. 
동쪽에 가서 묻고 서쪽에서도 물었지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화려한 도시도 가고 
햇살 맑은 푸른 바닷가도 찾아다녔지요. 
웅장한 대궐 같은 집에 묵으며 
서정시도 짓고 웃으며 즐겼지요. 
오, 세상은 내가 간청하고 빌었던 것을 많이도 줬어요. 
하나 그곳에서 행복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여 실개천 가에 자그마한 흙벽 집 한 채가 있는   
내 오랜 골짜기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산마루를 호위하는 보초병 전나무 숲에  
온종일 바람이 휘휘 부는 그곳.   
골짜기 위에 자리 잡은 고사리밭을 지나   
어린 시절 걷던 오솔길을 구불구불 걸었습니다. 
그리곤 들장미 정원 앞에 이르러  
달콤한 향기를 들이키는데, 
옛 시절처럼 내 집의 불빛이 땅거미를 밝혔지요. 
문 앞에선 행복이 나를 맞았습니다.





행복은 어쩌면 내가 떠났던 처음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언제나 멀리 바라보고, 다른 곳을 갈망하는 듯합니다. 내가 떠났던 자리를 되돌아보면 그곳에서 내가 찾아 헤매던 행복이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기도 하지요. 어쩌면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돌아올 곳이 있어서 행복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루시 몽고메리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이야기 "빨강머리 앤"으로 크게 성공했고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시에 더 애착이 있었고, 시인으로 인정받기를 갈구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망하자 루시 몽고메리는 외갓집에 맡겨진다. 그곳에서 유년을 보내야 했던 루시는 공상과 독서와 글쓰기로 외로움을 달랜다. 9세 때부터 일기장에 글과 시를 쓴다. 외삼촌 가족과 가까이 지내며 친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상받는다. 1년간 아버지의 재혼 가정에 머물기도 하지만 곧 다시 외갓집으로 돌아온다. 이 시기에 지역 신문에 첫 시를 발표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교사 자격 과정을 1년 만에 마치고 잠시 교사로 일한다. 교사 재직 중간에 영문학을 공부하려 댈하우지 대학에 진학한다. 이 시기에 처음으로 글로 원고료를 받는다. 24세에 외할아버지가 사망하자, 외갓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외할머니와 13간 산다.  
이 시기에 그녀는 캐나다는 물론이고 미국과 영국 잡지사에 시와 소설을 보내지만 대부분 거절당한다. 하지만 글쓰기와 투고를 포기하지 않아, 마침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된다. 1899년 25세에 약 97달러를 받는데 당시로써는 적지 않는 액수였다고 한다. 1903년에는 500달러로 수익이 껑충 뛴다.  

1905년 31세에 루시 몽고메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을 쓴다. 이 소설의 손글씨 원고를 여러 곳에 보내보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크게 실망한 그녀는 원고를 상자 속에 넣어 구석에 처박는다. 그러다 1907년에 원고를 우연히 발견하고 다시 읽어본 후에 한 번 더 원고 투고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침내 1908년 34세에 출간하게 된다. 이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하지만 불리한 출판 계약을 한 까닭에 책의 성공에 맞는 인세를 공정하게 받지는 못한다.  

1911년에 외할머니가 사망하고, 루시 몽고메리는 37세에 결혼한다. 결혼 후에 어린 아들의 사망과 1차 세계대전이라는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대던 사촌의 사망, 남편의 우울증 등 연이은 불행으로 고통받는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삶과 자연을 향한 애착을 글로 쓴다.  

루시 몽고메리는 평생 22편의 소설과 여러 권의 단편집과 시집을 출간했다. 그녀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대단히 성공한 여성 작가였다. 하지만 자신의 글이 문학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동시대 작가들보다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아 작가로서의 불안과 불만족에 시달렸다고 한다. 또 루시 몽고메리는 자신의 시가 소설보다 뛰어나다고 믿었지만, 소설과 비교해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자 좌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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