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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un 25. 2022

내 감정,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나요?

지난주에는 유선경 작가의 <감정 어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알라딘 서점의 '편집장의 선택'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요, '나의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공부'라는 책 표지의 광고 문구가 저의 관심을 확 끌더군요. 밀리의 서재에서 검색하여 바로 읽기를 시작했죠.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사사로운 감정들을 좀 풀어볼까 해요.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좋다'. '싫다', '나쁘다' 정도로 뭉뚱그리지 않고 기쁨, 슬픔, 분노, 증오, 불안, 기대, 신뢰, 놀람 등으로 구별하고 그에 알맞은 어휘를 붙여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후련해진다고 합니다. 각각의 감정이 내 인생의 징후이며 각기 다른 해석과 해결방법이 있기 때문이라지요.


감정은 나의 갈 길을 알려주는 실마리라고 하면서, 온도, 통각, 촉각, 빛에 관한 어휘를 통하여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설명해요. 감정은 자극에 대해 마음이 일으키는 반응이니, 오롯이 나의 감각에 집중하여 내가 자극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연습해보라 합니다. 그러면 하늘과 땅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심지어 나와 나 사이를 유령처럼 떠도는 모호한 느낌이 차차 걷히고 감정과 느낌, 기억이 선명해질 것이라네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겠지만 이렇게 나의 개별성과 주체성, 고유성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습관화하면 나를 내 삶의 중심에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상황을 무려 181가지로 구분하여 감정 언어의 사용법을 설명하는데요, 예를 들면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잘 참고 잘 억누르고 잘 없애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잘 분출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내외부의 자극과 나의 반응 사이에 '생각'을 넣을 수 있는 것이라죠. 즉각적으로 좋으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회피하는 식이 아니라 내게 닥친 감정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분석해서 어떤 감정인지 할 수 있는 한 세부적이고 정확하게 이름을 붙여 표현하는 것이라는 니다. 그리고 이 단계까지 도달하면 마음에서 감정조절은 이미 마쳤을 것이니, 남은 것은 내가 느낀 이 감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요.


공감하는 지점이 꽤 많았어요. 왠지 작가가 주장한 것처럼 감정에 집중하기를 연습하다 보면 주체성을 더 빨리 찾을 것 같고 지금 내 모습에 실망하는 일도 적어질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을 믿고 내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를 찾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해보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내 감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문장들에 밑줄을 그어보았어요. 그리고 줄을 그은 어휘와 문장들을 모아 다시 한번 쭉 읽어보았죠. 걱정, 불안과 두려움, 감정조절, 슬픔과 관련된 어휘에 진하게 밑줄이 그어져 있었는데요, 작가의 분류에 따르면 이런 어휘들은 통각으로 신호를 보내는 감정이었어요. 제가 어디 아픈 데가 있나 봐요.


맞아요, 아픈 곳이 있었어요. 지난 글에도 썼듯이 최근 제가 맡은 일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과업 완수에 대한 긴장감, 나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마음이 아주 안 좋았죠. 그러면서 느꼈던 걱정, 불안, 실망, 조바심 등의 감정이 이 책의 통각을 표현하는 어휘들 앞에서 더 선명해졌습니다. 다 느끼고 있는 감정이지만 활자로 한번 더 확인하니까 '그래, 내가 좀 힘들었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나를 위로하는데 도움도 되었죠.


해보고 나니, 모호한 감정을 세밀하게 구별하여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마음의 안정과 자아를 돌아보는데 도움을 줄 거라는 작가의 주장은 꽤 맞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구분하고 그에 맞는 어휘를 찾아 표현하는 일은 자꾸 연습해야 한다지요. '감정 어휘 사용법'을 익히기에 글쓰기가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고 나를 표현할 가장 적합한 어휘를 찾는데 몰두하는 과정이니까요. 아! 글을 열심히 써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요즘 글 쓰는 시간이 점점 줄고 있어서 걱정이었는데 다시 분발해야겠네요.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쓴 사사로운 오늘의 이야기는 <감정 어휘> 책을 통틀어 제가 제일 끌렸던 문단으로 마무리를 해봅니다. 주말에는 모두들 숨구멍을 크게 만들기를 바라면서요.


"사람은 쓸모 있는 일 만하고 살면 숨구멍이 막힌다. 하루에 일정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 데도 쓸데없는 일을 해야 한다. 쓸데없이 시시덕거리거나 쓸데없이 돌아다니거나 쓸데없이 꽃을 사거나 쓸데없이 시를 읽거나(쓰면 더 좋고) 음악을 듣거나(연주할 줄 알면 더 좋고) 그림을 보거나(낙서를 끄적거려도 좋고) 등등......(중략).... 웬만하면 친구도 연인도 없이 재미있고 멋있게 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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