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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ul 23. 2022

여행을 떠나요.

'올해는 한 달에 한 번 가족여행을 가자!' 

올 초에 저희 가족이 가족회의에서 의결한 사항입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이 저희도 아이에게 부모와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체력이 안 되는 엄마 아빠는 주말에 놀아달라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못 본 체하고 엎드려 자느라 바빴죠. 이렇게 10여 년을 지내오다 어느 날부터 엄마를 예전만큼 찾지 않는 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러다가는 아이와의 추억을 쌓기 전에 아이가 부모 품을 떠나는 날이 올 것 같았습니다. 정신이 퍼뜩 들었어요.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가족이 함께 할 기회를 자주 만들자고 가족회의를 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먼 곳이든 가까운 곳이든 일단 집을 떠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여행지 선정과 일정을 꼼꼼하게 짜는 저는 촘촘하게 세운 계획을 가지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마음을 바꿨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여행이 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든요. 문을 닫아버린 식당에 가서 당황하고 가려했던 관광지에 피곤해서 방문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갑자기 내린 비를 쫄딱 맞는 일도 있었죠. 


여행에 대한 관점도 좀 바꾸기로 했습니다. 세세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각 여행의 방향만 세우고 가서 현지에 가서 부딪히기로요.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 의외의 경험을 하는 것이 추억으로 남을 에피소드를 만들기에 더 적합한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해요. 계획 세워서 갔던 두 번의 여행보다 아무 계획 없이 갔던 세 번째, 네 번째 여행에서 더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답니다. 


8월 여름휴가에 오랜만에 가는 제주도 여행도 무계획으로 갈 생각입니다. 어디로 갈지는 그날 아침 기분에 맞춰 정할 거예요. 제가 너무 변덕을 부리면 가족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죠? 그럼 첫 날은 제 기분에, 둘째 날은 남편 기분에, 세째 날은 아이의 기분에 맞춰 일정을 짜 볼까도 합니다. 당일에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요. 벌써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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