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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ul 30. 2022

책으로 교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섬에 있는 서점>을 읽고

지난주에는 제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 소설 <섬에 있는 서점>(저자, 개브리얼 제빈)을 읽었어요. 책은 섬에서 조그마한 서점을 운영하는, 성격이 까칠한 남자 A.J. 피크리의 삶의 대한 이야기를 해요.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에이제이는 그의 까탈스러운 책 취향 때문에 서점 운영이 녹록지 않습니다. 에이제이는 소장하고 있는 희귀한 시집『테멀레인』을 팔아 노후 생계에 보태려고 했으나 갑작스레 도둑을 맞아 좌절하던 중에, 누군가가 에이제이의 서점에 아이를 키워달라고 맡깁니다. 아이는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이상하게도 에이제이는 그 아이, 마야를 입양하여 키웁니다. 마야를 키우면서 에이제이는 이전과는 다르게 남의 말도 조금씩 듣고 동네 사람들을 위해 봉사도 하는 부드러운 사람으로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외롭게 살던 책방 주인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업둥이 아이를 키우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한산하던 서점을 동네 명소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립니다. 다 읽고 나면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서로를 돌보고, 그러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일상, 그게 바로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평범함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에요. 하지만 정교하게 짜였다고 보긴 어려운 소설이라 아쉬움이 좀 있어요. 개연성이 부족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뭔가 일이 생길 것 같다가 더 이상 전개되지 않아서 읽는 사람이 좀 실망하게 되죠. 이 점 때문에 읽는 이들의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렸어요.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좋았던 저와는 달리 같이 책을 읽은 다수의 멤버들은 생각보다 별로라고 했어요.


작가는 책을 통한 교감을 말하고 싶었고, 이를 좀 더 부각하기 위해서 중요하지 않은 사건들은 대충 넘어가는 선택을 한 것 아닐까 해요. 자세히 보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책으로 엮여있거든요. 마야는 책에 둘러싸인 환경과 책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에 따라 책방에 버려졌고, 마야 덕분에 어린이 그림책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책방에 그림책이 늘어나게 되지요. 훗날 주인공과 결혼하는 어밀리아는『늦게 핀 꽃』을 매개로 책에 대해 서로 공감하면서 가까워지게 되고요. 주인공의 유일한 친구인 렘비에이스는 책을 많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소설의 말미에 가서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요. 


이렇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책을 넣음으로써 작가는 책을 통한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요. 저자는 혼자 살고 정신과 치료도 가끔 받고 수입도 변변치 않은, 겉보기에 아이를 입양하기에 좋은 조건이라 볼 수 없는 주인공이 업둥이 딸 마야를 누구보다 올바르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른 두 인격체가 유대를 쌓고 서로 성장하는 중심에 책을 통한 교감이 있었음을 보여주죠. "어떤 사람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한 가지만 물어보면 알 수 있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라는 구절이 처음에는 굉장히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에이제이라면, 어밀리아라면, 마야라면, 아니 이 소설의 작가라면 이 질문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통한 교감에 대해 제대로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요.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교감을 하려면 나의 책 취향부터 잘 알아야 할 텐데 저는 아직 숙련된 독서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책 취향을 선명하게 알지 못합니다. 책 취향에 대한 분류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네 역사책을 좋아하네 정도로 세밀하지 못하죠. 이 정도 수준으로는 책으로 교감할 사람을 만나는 일은 꿈도 못 꾸겠습니다만,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 저와 책 취향이 같은 사람, 어떤 책에 대해서 '아'라고 말하면 '어'라고 대답해 줄 사람을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책을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네요. 



*개인적으로 번역서의 책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원제목은 <The Storied Life of A.J.Fikry> 인데요, <섬에 있는 서점> 이라는 제목에서는 에이제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측면이 잘 안보여요. 요즘 유행하는 "ooo 편의점" 류의 제목이라 식상하기도 하고요.

** 책표지에 있는 세 권의 책 중 가장 오른쪽에 이 책 제목이 적혀있어요. 그림보고 재밌어서 후후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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