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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ug 06. 2022

초심으로 돌아가 버텨보겠습니다.

요즘 저의 글쓰기 습관에 게으름이 스멀스멀 스며들어서 걱정이 큽니다. 글을 써야 하는데 몸이 마음만큼 움직이지 않아요. 거실 소파에서 서재에 놓인 노트북으로 가는 거리가 이렇게 먼 거리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노트북을 켜는 동작도 마치 필름을 느리게 돌린 것처럼 최대한 천천히 하고, 노트북을 켜고도 한참 동안 화면만 쳐다보고 있어요. 글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집중이 안 되네요. 기분이 상승하면 글이 좀 써질까 싶어서 와인 한잔을 홀짝 마셔보기도 해요. 하지만 게으름을 밀어내는 데에는 별 소용이 없네요.


글쓰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하고 쓰기에 대한 열정이 없을 때는 제 글이 더 초라해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만큼 정성을 들여 쓰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꾹꾹 담아내는 글을 쓰는 분들 볼 때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글쓰기 권태기가 온 것일까요? 사실 제 글쓰기 경력을 보면 권태기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죠. 저는 올해 3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거든요. 계산해 보니 오늘로 딱 4개월 14일, 작가라고 불린 지 고작 137일 밖에 안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아티스트 웨이, 마이웨이'과정을 2번 참여하면서 글을 조금 썼고, 그 전에는 (지난 글에서 언급한) 독서모임에서 하는 서평 쓰기와 감상평 쓰기를 한 달에 한번 정도 했지요. 아참,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작년에 같은 모임에서 시도했던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도전에 참여하기도 했네요. 이게 저의 글쓰기 경력의 전부예요. '내글빛'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정말 일천하죠.


많은 이들이 하듯이 주제를 하나 잡아 연관된 글을 쓴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쓸 것 같아요. 근데 아직 나의 관심거리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글 읽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서 주제를 잡을 수가 없네요. 어떤 관심이 있는지 조차 선뜻 말할 수가 없는 걸 보면 내가 나를 잘 모르나 봅니다. 주제를 정하려면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연구해야겠어요.


그래서 이번 휴가기간에는 내가 어떤 책, 어떤 음악, 어떤 음식, 어떤 옷, 어떤 사람들 좋아하는지 또는 싫어하는지에 대해 차분하게 관찰해 볼 생각이에요. 최근 몇 년간 읽었던 책과 들었던 음원이 뭔지 찾아보고, 옷장에 걸린 옷들도 훑어보고, 즐겨먹는 음식도 적어볼 거고요, 같이 있으면 행복했던 사람들이 누군지도 기억해 볼 겁니다.


또 글쓰기 습관에 스며든 게으름도 치워버릴 거예요. 게으름을 없애는 방법은 단순해요. 앤 라모트가 <쓰기의 감각>에서 말했듯이 일단 책상 앞에 앉되 가능하면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마침 독서모임 멤버 한 명이 매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하네요. 옳다구나 잘됐다 하고 '매일 단 세 줄이라도 쓰자'로 모토 정해 다음 주부터 시작하기로 약속했어요. 축적의 시간을 시각화하면 성취감이 더 오를 것 같아서 글을 얼마나 썼는지를 달력에 표시할 겁니다. 8월 8일은 3줄, 8월 9일은 5줄, 8월 10일은 13줄, 이렇게요. 나중에 달력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시간이 오길 바라면서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으로 태어난 곰처럼 100일만 버텨보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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