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회사에서만!이라고 늘 외치지만 회사에서 최대한 집중하지 않으면 구현하기 힘듭니다. 어떻게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몰입할 수 있을까가 저의 가장 큰 관심사이지요. 언젠가 한번 제가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을 재어보았는데요, 의외로 길지가 않아요. 겨우 30분, 초등학생 수준 정도밖에 안되더군요. '일한다'라고 말하고 실제로 몰입하기까지 드는 시간도 상당히 길었어요.
일단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게 될 것이니, 빠르게 몰입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몰입 방법 몇 가지를 만들었어요. 먼저, 출근하고 바로 일에 몰입하는 의식적인 행동 패턴을 만들었어요. 오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저의 하루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패턴은 간단해요. 손 씻기(Hand washing)-이메일 확인(Email)-모닝 페이지 쓰기(Morning page)-일정 짜기(Time schedule)를 9시 이전에 마치고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줄인 약자 "H-E-M-T"를 메모지에 적어서 모니터 앞에 붙여두었습니다.
대체로 H-E-M-T를 잘 마친 날은 일에 바로 몰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회의나 동료의 방문으로 몰입이 끊어지는 경우가 늘 발생하지요. 몰입이 중단 후 다시 몰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몰입을 위한 패턴 하나를 더 만들었어요. 몰입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예열을 하는 거죠. 일단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집중력을 높이는 음악을 듣습니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금물, 너무 잔잔한 것도 별로이고요, 약간 웅장한 음악을 듣습니다(제게는 말러 교향곡 5번이 딱이에요). 그리고 자료의 일부를 그냥 타이핑합니다. 생각해서 적는 것이 아니라 서류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거예요. 이렇게 한 반페이지 정도 타이핑을 하다 보면 아, 요렇게 쓰면 되겠구나, 이건 이렇게 연결이 되네 하면서 일에 서서히 몰입하게 됩니다.
<라틴어 수업>을 쓴 한동일 교수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라틴어 단어를 암기했다고 해요. 단어 암기라는 단순한 작업을 통해 공부하기 위한 발동을 걸었던 거죠. 바티칸 변호사이면서 교수인 뛰어난 학자도 바로 집중력을 발휘하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그러니 제가 단순 타이핑으로 몰입을 위해 예열을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행동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집중과 몰입을 위해 저는 이런 패턴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방법으로 집중도와 몰입도를 끌어올리시나요?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