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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0. 2022

몸을 추스르고 다시 일상으로

3주 동안의 일상 파괴 경험

지난 몇 주간 근래에 보기 드물게 저의 몸상태가 나빴습니다. 나빠진 몸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루틴이 깨지면서 의욕상실까지 왔지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해요.


3주 전 토요일,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코로나 확진을 받았습니다. 격리, 소독, 진단서 등등 의사가 뭐라고 계속 알려주는데 당황한 제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격리는 어떻게 하지? 밥은 어떻게 챙겨주지? 소독약은 어디서 사지? 담임선생님께 연락부터 해야 하나? 이런 물음표 달린 문장들이 머릿속에 뒤엉켜 당혹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방에 격리시키고, 아이가 쓴 식기와 수건을 따로 관리하고, 급하게 소독약을 사서 아이 손이 닿았을 법한 집안 곳곳을 소독하고, 약을 먹여도 떨어지지 않는 고열과 기침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었습니다. 아이가 잠이 들면 글을 쓰려했던 제 생각과는 달리 고열과 싸우는 아이는 쉬이 잠들지 못했고, 노트북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일요일 아침을 맞았습니다. 글 마감날을 넘겼다는 불편함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일요일 상황도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책상에 잠시 앉을 여유도 없이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내가 아픈 게 아닌데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지 금세 곯아떨어져 버렸어요. 


다행히 코로나 확진 후 닷새째인 수요일부터 아이의 증상이 크게 호전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즈음부터 제가 아프기 시작하네요. 세상 처음 겪어보는 강도로 목이 아프고 열이 올랐어요. 아이의 코로나가 끝나면 엄마의 코로나가 시작된다는 말이 맞는구나 싶어서 사무실 서랍에 처박아둔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양성, 바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죠. 근데 의외로 음성이 나오네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사가 코로나 PCR 검사와 독감 검사를 권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 동안 제 몸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처방약을 먹어도 침을 삼킬 수 없을 만큼 목이 아팠고 고열로 온몸이 덜덜 떨리고 두통으로 머리를 움직일 수 없었죠. 죽도록 아픈 밤을 보내고 나서 받은 검사 결과는 코로나와 독감 모두 음성이었어요. 코로나를 확신할 수 있을 만한 정황인데 아니라니, 저는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세 차례나 더 해본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는 계속 양성이 나왔고 검채 채취를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 다른 병원에 가보았습니다. 의사는 PCR 검사가 음성이면 정말 음성인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고 심한 인후염에 걸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후염으로 이렇게까지 아플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통증과 열이 나서 식사뿐 아니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인후염이 좀 나아지고 나니 이번에는 코감기와 기침감기가 찾아와 또 다른 일주일을 수북이 쌓인 휴지와 컹컹거리는 기침소리에 둘러싸여 지냈습니다. 병이 병을 몰고 오는지 급기야 지난주 금요일에는 위경련까지 딸려왔어요. 약먹고 자고를 반복하느라 글쓰기는 엄두도 못냈죠. 이렇게 앓고 나니 몸무게가 3 킬로그램이나 빠지고 바지가 헐렁해질 정도로 배가 쏙 들어갔어요. 


아픈 기간 동안 저의 일상생활은 말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고, 증상이 나아진 지금도 파괴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겨우 지어가고 있어요. 특히 뚝 떨어진 체력이 의욕을 바닥까지 끌어내렸고 의욕상실은 아직 몸에 붙지 않은 루틴부터 흩트려놓았습니다. 파괴된 루틴은 몰입과 집중을 위해 만든 오전 루틴인 모닝페이지 쓰기와 오후의 활력을 위해 했던 점심 운동입니다. 이 둘은 아직 습관으로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챙겨서 실천하던 것인데, 건강이 나빠지니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더군요. 운동이야 몸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모닝페이지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만든 루틴인데, 다시 자리 잡게 하려면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할 텐데, 왜 이걸 포기했는지 모르겠어서 한동안 모닝페이지 노트만 봐도 미간이 찌푸려졌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 저는 깨어진 루틴이 아니라 건강이 악화될 때까지 몸상태를 돌보지 않았던 저의 소홀함에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몰리는 11월과 12월에는 초긴장 상태에 놓일 것이니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려고 조금 더 노력하여 건강을 챙겼어야 했는데. 오히려 저는 눈앞에 놓인 일을 해치우느라 잠을 줄이고 식사도 불규칙하게 했어요. 인후염이 오기 몇일 전부터는 낮에는 먹지 않다가 밤에 폭식을 하고 어디든 등만 대면 꾸벅꾸벅 졸았던 것은 내 몸이 보내는 경고였는데 이를 무시했습니다. 이러면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는데, 챙기지 않았던 것이 실망스러웠던 겁니다. 저는 왜 일보다 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는 꼭 이런 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알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연말마다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을 17년 가까이 다니면 예측하고 대비할만 한데도 말입니다. 


내년 이맘때는 올해처럼 몸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후회는 오늘까지만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동을 살살 걸어봐야겠습니다. 글쓰기를 빼먹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망가진 루틴도 다시 찾아올겁니다. 오늘까지는 엉망이었을지라도 올해 마무리는 멋지게 해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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