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농사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언화가 Mar 06. 2022

귀촌 일기 ] 콩 심고 콩 바라기

출근길에 마주친 개나리를 통해 봄이 왔음을 깨닫는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식물들이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슬슬 초보 농부의 농사짓기를 시작할 때다.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아 퇴근길에 밭을 두리번거려본다. 신기하게도 밭 사이사이 솟아난 냉이가 보인다. 봄에 냉이를 캐볼까라는 생각으로 미리 뿌려놓은 씨가 따스한 봄을 맞아 싹을 틔운 것이다. 싹을 틔웠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이 자라난 냉이다. 오늘 저녁은 냉잇국과 냉이 무침으로 결정했다.


냉이를 심었으니 냉이가 나왔다. 자연은 참 솔직하다. 심은 것을 돌려준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심은 것보다 조금 적게 돌려줄 때도 있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농사 기술의 부족도 있다. 하지만 심지 않은 것을 내어주지 않는다.


자연의 교훈을 마음에 담으며, 나 또한 심지 않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때론 바람에 날아온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날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간혹 있는 일이다. 바람에 날아온 아주 작은 변화일뿐이다. 요령을 쓰거나 꾀를 부리지 않는다.


콩 심은 곳에 팥이 나지 않는다.

콩 심고 콩이 나길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촌 일기 ] 내게 맞는 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