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출근할 때는 피곤할 것 같은 하루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변명을 댑니다. 그렇게 따지면 출근하지 않는 하루에는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자연스레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집에 커피가 떨어지면, 집 앞 카페라도 들려 따스한 또는 차가운 커피를 손에 쥡니다.
쓴 커피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마시는 건 중독 때문입니다. 커피 없이는 피곤함에도 지루함에도 커피가 없어서라는 이유를 댑니다. 커피를 마신 뒤에는 한 모금의 커피가 모든 피로를 날려준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솔직히 기분 탓인지 카페인의 효과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고, 우후죽순 카페가 늘어갈 즈음부터 그러했습니다. 어느덧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자 커피는 삶의 일부가 된 거죠.언젠가 카페 주인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카페에 앉아 카페인 수혈을 받는 중 브런치 알람이 울립니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그랬지. 글을 자주 쓰기로 했었지' 현생이 바빠서 글쓰기를 잊었습니다. 꾸준하지 못함은 재능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됩니다. '글 쓰는 게 쉽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며, 손에 들린 커피를 바라봅니다.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면서 글 한 편을 써 내려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낼 마음이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커피와 글을 하나의 묶음으로 생각해 볼 참입니다. '커피를 마실 때는 짧은 한 줄의 글이라도 쓴다'처럼요. 매일 아침, 한 잔의 커피와 한 편의 글에 중독된 삶이라니 꽤 괜찮은 중독자일 것 같습니다. 거기에 염치없음이 조금 더 덧대질 수 있다면 그림 한 장도 덧대보려 합니다. 염치없다고 말하는 건, 인터넷에 떠도는 멋진 그림처럼 맛깔난 그림을 그릴 자신이 아직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없는데 그린다는 건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 그림은 좀 이해해 주십시오'라는 부탁을 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모든 시작은 어설프나 꾸준함이 재능을 만들어준다니 하루 한 장이 쌓여 결국에는 멋진 그림이 될 테고, 한 권의 책이 되겠죠. 그렇게 멋진 생각을 떠올리다가 잠시 멈춥니다.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마셔서 1년 365잔의 커피를 마실 생각을 계획으로 짠 적은 없으니까요. 진짜 중독이라는 건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니까요.
매일 아침, 중독자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커피 중독입니다.
그리고 곧 글쓰기 중독자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중독자가 되겠다고 했지만, 종종 글 쓰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뭐 어때요? 오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놓쳤다고 나 자신을 부정하며 자책하지 않는 것처럼 글쓰기의 여유를 누리는 중독자가 되려고 합니다. 모든 시작은 아주 가벼워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