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중고 거래 사이트인 당근 마켓에 중고 물품을 올렸는데, 거래를 하겠다고 누군가 채팅을 보낸 것입니다. 채팅으로 연락온 매수자(?)와 약속을 정하고 방 안을 둘러봅니다. 당근에 내놓을 다른 물건은 없는지 살피기 위함입니다.
제게는 저만의 방이 있습니다. 나 홀로 사용할 수 있는 방이지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야?'라고 묻는다면, 어릴 적 '나만 쓰는 내 방' 갖는 게 소원이었던 제게는 결코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을 건네고 싶네요. 여하튼, 이 방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면 꽤 큰 방에 놀랐고, 무엇을 채울까에 설렜습니다. 침대도 놓고, 책상도 놓고, 책장도 놓고... 큼지막했던방은 그렇게 작아졌습니다. 이제는 무언가를 놓기에 부족한 곳으로 변했습니다. 방은 그대로인데, 물건이 많아지니 컸던 방은 조그만 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더 큰 평수의 집으로 이사가기를 소망하나 봅니다.
여기저기 물건이 쌓여갈 때쯤, 뱃살도 조금씩 불어났습니다. 늘어나는 짐과 늘어나는 살.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처럼 과자를 먹던 날이었습니다. 배가 부른 상태였음에도 잘 들어가는 과자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방 안을 둘러보는데, 꽉 찬 배처럼 모든 것이 가득 차 보였습니다.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거북함이 짐으로 꽉 찬 방에 대한 반감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렇게 방 안의 물건들에게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때로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큰 결심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요.
당근에 내놓은 물건들이 하나씩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미술용품부터 사용할 것 같았지만 1년 이상 손대지 않았던 물건들까지 말입니다. 팔리지 않는 물건은 없습니다. 모든 물건은 싸게 내놓으면 모두 팔리기 나름이지요.
쌓아둔 물건들이 있던 자리에는 작은 공간들이 생겨났습니다. 분명 방 안을 비웠는데 아쉬움보다는 흐뭇함이 앞섭니다. 비움도 습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삶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저처럼 방 안을 둘러보세요. 그 안에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 물건들이 있다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비울수록 삶의 공간도 마음의 공간도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