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선생님의 인생 이야기
2년 전, 서울에서 농촌으로 귀촌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지방으로 파견 교사를 신청했습니다. 나름 2년이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농촌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길고도 짧은 2년의 시간 끝에 두 가지의 선택지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로 돌아가거나 이곳에 남거나.
교사는 근무하는 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원하는 시도로 임용고시를 본 뒤, 임용되는 것이 1번이나 그것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 타 시도에 있는 교사와 현재의 임용 지역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가 나와 맞교환을 원한다면 서로의 근무지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근무지를 바꾸는 것은 동수(같은 수)로만 가능합니다. 이때 17개 시도를 선택하여 바꾸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각 시도의 인사 규정에 따라 시군(구) 단위의 근무지 배치가 이루어집니다. 기존의 근무지를 2년 간만 바꾸는 것을 교환(파견)이라 부르고, 남은 교직 생활 모두를 바꾸는 건 전출(전입)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선생님들의 전학 제도와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전학을 마음대로는 못 가고, 원하는 친구가 있어야 학교를 바꿀 수 있는 거죠.
이런 절차를 통해 2022년의 끝자락에 서울에서 현재 지역으로 전출을 썼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서울의 문화생활이 아깝지 않냐고 만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문화생활과 농촌의 전원생활의 매력 차이를 잘 모르겠기에 약간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전출을 썼습니다. 서울로 가고 싶은 선생님들이 더 많기에 당연히 지방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습니다. 다만, 시도 안에서 어느 시군(구)으로 발령이 날 것인가는 확정 지을 수 없었죠.
그리고 오늘. 조금 더 엄밀하게는 어제(지금은 오늘이라는 시간의 새벽 2시 50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각 시도 안에서의 시군 발표가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머물고 있는 시군 근처쯤은 나겠지라고 생각했건만... 정확하게 정 반대의 지역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운전도 못하는 뚜벅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약 2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 분명 살고 있는 터전을 바탕으로 원하는 지역을 희망했음에도, 예상하지 못한 후순위 지역에 발령이 난 것입니다.
'아니, 희망 지역으로 썼으니까 발령이 난 거지?'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해당 시도에 총 10개의 시군이 있다고 했을 때, 총 10번까지 희망지를 모두 작성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그리고, 전출로 타 시도에서 들어온 교사는 등수가 가장 뒤로 밀려나는 방식입니다. (조금 더 엄밀하게는 타시도 교환의 바로 앞순위 정도죠)
공정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으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 든 1인으로서, 멘붕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출퇴근이 4시간이라니...
분명 원하는 시골로 발령이 났는데, 그 시골이 내가 터를 닦은 이곳이 아닌 저곳의 시골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연고도 하나 없는 그런 곳으로... 아직은 안개 속에 가려진 미래의 모습이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발령받은 시군의 학교 중 원하는 학교를 써야 하는 거죠.
그중 제 순위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굉장히 뒤에 존재하기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적습니다. ( 조금 더 엄밀하게는 '선택할 수는 있지만,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정도로 해 두죠. )
인생이 장난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오늘은 정말 인생이 장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지금의 이 기록이 훗날 굉장한 일이었다고 기억하게 될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장난 같은 인생의 흐름에 거짓 웃음을 날릴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미래를 위해 수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인생이 결코 그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돌아보면, 생각하고 계획했지만 오늘과 같은 변수가 늘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또 생각하고 계획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죠. 계획하는 습관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계획을 할 때는 마음속에 '그렇게 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여유심(여유로운 마음)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생이 엄격한 시험이 아닌 장난이라면 말이죠.
장난의 사전적 의미가 '주로 어린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 하니, 인생의 장난에 웃어줄 여유는 가져야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진짜 시골선생님이 되었네요. 오고 가는 기차와 버스 안에서 규칙적인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해봅니다. 솔직히 이건 마무리를 위한 희망회로고, 오늘 시골선생님의 인생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인생은 장난이야, 그냥 즐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