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끊고 변화된 것들
1일 1 커피!
내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말이었다. 커피를 만난 이후, 약 10년의 시간 동안 내게 당연하게 여겨진 1일 1 커피! 그리고 3월 2일 난 커피와 이별을 고했다. 10년의 세월이 덧없게도 커피와 헤어지는 데는 단 몇 분이면 충분했다.
아니, 왜 갑자기?라는 물음이 생길 것이다.
그건 몸이 너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가슴 통증이 생겼다. 그리고 숨 쉬는 게 조금 벅차기도 했다. 폐 사진에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없던 불면증이 생기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마치 홈쇼핑 광고를 보는 것처럼, 내게 필요한 말들만 쏙 뽑아서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동영상이었다.
“불면증, 소화 불량, 예민함... 이 모든 게 다 커피 때문이에요!”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영상을 본 뒤, 버스에서 내려 모닝커피를 사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그렇게 2023년, 3월 2일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날, 나는 커피와 이별했다.
어쩌면 내가 겪고 있는 육체적 힘듦이 커피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조금은 극단적일 수 있지만,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난 10년 넘게 매일 한 잔의 커피를 마셔온 사람이다. 그러니 10년간 커피가 내 몸에 어떠한 작용을 했을 것은 분명했다.
몸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변비의 고통도 극에 달했기에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커피를 끊어보기로 했다.
우선 커피를 끊기 전, 나의 몸 상태에 대해 남겨 본다. 만약 나중에 누군가 커피를 끊기 전 몸 상태가 어땠냐고 묻거나 커피의 금단현상을 묻는다면 이 글을 보여줄 생각이다. 그러니 이번 글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건강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담아 볼 것이다. 물론,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좋은 의학 상식들을 하나씩 담아보려는 것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커피를 끊기 전 나의 몸 상태는 아래와 같았다.
1) 깊이 잠들지 못했다. 밤 12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 잠을 잔다고 해도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2) 가슴이 두근거리고, 약간 옥죄는 기분이 있었다.
3) 변비가 심해졌다.
4) 두통이 종종 있었고, 신경이 예민했다.
그리고, 커피를 끊은 뒤 약 10일간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솔직히 첫날은 별문제가 없었다. 커피 향이 약간 그리운 정도였다. 그렇다고 지난 10일 동안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참은 날도 없었다. 그냥 커피에 대해 정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앞으로 커피를 마시고 싶을 수도 있고, 마시게 될 수도 있다. 커피를 마신다는 전제를 모두 없앤 건 아니다. 다만 몸과 마음이 원하지 않기에 지금은 그냥 이대로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뿐이다.
문제는 서서히 드러났다. 이틀째 되던 날, 그리고 삼일 째 되던 날까지 변을 보지 못했다. 이러한 변비의 현상은 약 7일간 계속됐다. 관장약도 사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커피를 끊어서 화장실을 못 갔으니까 커피를 마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게 몸이 싸우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커피를 마실 때도 변비의 증상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토록 길게 가지는 않았다. 그러니 뭔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은 좋은 증상일 수도 있고, 안 좋은 문제일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갈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물이 계속 생각났다. 그런데 이상한 건, 물을 계속 마심에도 목이 마르고,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거였다. 물을 계속 마시는데,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그럼 그 물은 모두 체내에 흡수된 것이다. 게다가 변비까지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무게는 약 7일 동안 3kg이 쪘다.
내 평생에 몇 번 보지 못한 몸무게의 숫자를 보고는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잠을 정말 잘 잔다는 것이다. 커피를 끊고 3일 정도가 넘어가면서 수면의 질이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5일이 넘어가자 눈을 감았는데 알람이 울려 일어나는 깊은 잠까지 잘 수 있었다.
그럼 10일이 넘은 지금은 어떠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3월 14일은 커피를 끊고 13일이 되는 날이다.
내 몸의 큰 변화는 아래와 같다.
1)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저녁 10시쯤이면 잠이 들고, 새벽 6시면 눈이 떠진다. 출근 시간에 맞춰 알람을 맞췄기에 눈이 떠지는 것도 있지만, 주말에도 비슷한 시간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몸이 피곤하지 않았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 얼른 잠들 예정이다.
또 하나, 평소에는 6시간 정도를 잤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조금만 자려고 해도 10시가 넘어가면 몸이 잠의 블랙홀로 나를 끌어들인다. 그냥 저항할 수 없이 잠에 드는 것이다. 하루 8시간 정도의 숙면을 유지하게 됐다.
2) 화장실을 잘 가게 되었다.
원래 화장실을 잘 가지 못하다가 7일 차부터 변비가 해결되었다. 엄청난 물을 마심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적었는데 점점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늘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오줌 싸는 인형이 생각날 정도랄까?
아마도 초반에 갈증이 계속 났던 건, 커피로 인해 채워지지 못했던 몸의 수분을 채우기 위한 몸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
커피를 끊은 이후,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는 점점 늘어났다. 그래서 지금은 하루에 대략 2L 정도의 물을 마시고 있다. 이건 억지로 2L를 채우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몸이 원하는 만큼 물을 마시다 보니 물을 정말 많이 마시게 된 것이다.
3) 피부가 좋아졌다.
원래 모공이 조금 보였던 피부가 이제 점점 말끔해지고 있다. 대신, 커피를 끊고 피부에 오돌토돌한 것들이 올라오고 얼굴이 건조해서인지 하얗게 일어났었다. 그리고 이건 11일 차에 접어들며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물을 많이 마심에도 피부가 말랐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보아, 몸이 그동안 채워지지 못한 수분을 계속해서 끌어당긴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4)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피부와 마음의 여유는 내가 잘 느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오빠와 부모님께서 요즘의 나를 보며 그런 말씀을 해 주신다. 나 스스로도 회사에서 일을 하며, 조금은 더 침착해지고 유연해진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커피 금단현상의 1일부터 13일 차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커피를 끊으면서 다양한 차(Tea)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몸의 변화를 보며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몸은 적응력이 더뎌서, 지금도 커피를 끊은 상태에 대해 저항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지난 10일간을 보면 이제 몸이 저항을 거의 끝내고 항복하고 있음을 느낀다.
습관은 21일이면 몸에 익숙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대신 정말로 삶이 되기 위해서는 6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커피를 끊은 것에 대해 6개월 정도 몸의 변화를 지켜보며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기록이 커피를 끊을까 고민하거나, 커피를 끊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난 전문 지식이 있는 의학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몸을 통해 느낀 것을 적은 것이니 각자의 상황에 따라 조절하며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