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꾸는 정원사.
"넌 꿈이 뭐야?"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언니는 나의 꿈을 물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나눴고, 현재의 이야기를 주고받았기에 미래가 궁금할 터였다. 언니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근래에 들어보지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여 답하였다.
"꿈꾸던 건 다 이뤘어요. 그래서 지금은 꿈이 없어요."
"아, 진짜?"
내 대답을 들은 언니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말을 뱉은 나 역시 꿈이 없다는 나 자신에 놀랐다. 늘 꿈을 향해 달리던 나였기 때문이다. 마치 끝이 없는 장애물 경기를 하듯,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번 꿈이라는 허들을 넘어왔다. 교사의 꿈, 작가의 꿈, 농사의 꿈. 꿈은 현실이 되었고, 습관처럼 다른 꿈을 그 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것이 나를 이끄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더 이상 넘을 "꿈허들"이 없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놓던 꿈들이 이제 끝났다. 물론, 다른 꿈들을 다시 갖다 놓을 수 있겠지만,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달려들 마음이 없다. 그렇기에 그것은 꿈이라기보다는 꿈을 위장한 욕심일 뿐이다. 지금까지 꿈을 향해 달려온 것도 욕심의 한 종류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원했던 것이기에 수긍할 수 있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꿈을 만들기 위해 꿈을 꾼다는 건 조금 억지스럽다.
꿈이 없으면, 허무할 거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꿈을 꿨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에 간직한 다양한 꿈들이 이뤄진 지금. 더 이상 다른 꿈을 갖다 놓을 생각이 없다.
언니와 오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꿈이 없어진 나의 삶을 되돌아봤다. 지금까지 넘어온 수많은 꿈들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 심긴 꿈꽃 같았다. 다른 꿈을 꾸느라 잘 가꾸지 못해 성장을 멈춘 꿈꽃들. 꿈꽃이라 정의한 다양한 꿈들을 떠올리며, 이제부터의 목표를 정했다. 이제부터는 꿈밭에 심긴 꿈꽃들을 예쁘게 가꿔줄 것이다. 꿈이 현실이 된 순간, 자꾸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더 키워주고 싶다.
어쩌면, 이것도 또 다른 방식의 꿈일 수 있다. 무언가를 더 성취한다기보다는 현재에 주어진 것에 집중한다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언니에게 건넸던 말을 조금 수정하여, 다이어리에 적어봤다.
아직, 새로운 꿈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꿈들을 잘 가꿔주는 꿈 정원사가 되고 싶다. 나의 꿈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꿈도 가꿔줄 수 있는 좋은 꿈 정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