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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Dec 07. 2023

찬말을 하렵니다

뜨거움에 맞설 지혜

내 취미는 베이킹이다. 빵과 과자를 굽는 베이킹. 지난 주말에도 베이킹을 했다. 종류는 쿠키 만들기였다. 쿠키를 굽고 팬을 오븐에서 꺼냈다. 식힘망으로 쿠키를 옮기며 생각 없이 뜨거운 팬을 손으로 잡고 말았다. 순간, 너무 뜨거워 얼른 찬물에 손을 갖다 댔다. 2~3분 정도 지나자 뜨거운 기운이 조금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지 않은가?! 그다음 쿠키를 구우며 생각 없이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팬을 건들고 말았다. 팬에 살짝 스쳤기 때문에, 그리고 조금 전 손으로 팬을 만졌음에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찬물에 손을 갖다 대는 걸 미뤘다. 팬에 얹을 쿠키 반죽들을 생각하며, '이것만 마무리하고 처치를 해야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손가락이 계속 욱신 거리기는 했다. 뜨거움이 엄지 손가락을 휩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2차 쿠키 반죽을 오븐에 넣은 후, 여유를 가지고 뜨거워지는 손가락을 찬물에 대 주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뒤, 손을 보니 오른손 엄지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있었다.  뜨거운 을 직접 손으로 잡았던 왼쪽 손가락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스치듯 팬에 닿았던 엄지손가락은 물집이 잡히고 부풀어 오른 거다. 결국 하루가 더 지난 뒤 물집이 터지고 그곳에는 빨간 상처가 보였다.


'무엇이 달랐던 걸까?'

'왜 더 직접적으로 팬에 닿았던 손가락은 괜찮았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신속성. 뜨거움을 느꼈을 때 곧바로 화기를 제거했느냐 아니냐의 차이.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 상처받았지만 그 순간에 되받아치지 못하는 경험. 결국 그런 경험은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뻗어가기 시작한다. 그때 곧바로 정정해 달라고 말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와 솟아오르는 분노를 품어봤자다. 오히려 내 마음은 분노로 물집이 생기고 결국에 그 상처가 곪아 터져 또 다른 상처를 만들된다.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즉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마음의 물집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조금만 뒤에 해도 괜찮아'는 없다.  '괜찮아' '조금만 더 참으면 돼'라는 말들이 과연 언제까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나를 지켜줄 거라 생각했던 그 생각들이 어쩌면 나를 더 상처 내고 있는 원인이 아닐까?


단,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말의 찬물과 뜨거운 물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뜨거운 것에 덴 손을 뜨거운 물에 담그게 된다면 더 큰 화기를 품게 된다. 만약 그 둘을 구별할 수 없다면, 구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찬 말과 뜨거운 말을 가려내지 못하면 더 큰 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지혜로운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나를 지키기 위한 첫 단계는 상처 주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이고, 이것이 어렵다면 찬 말과 뜨거운 말에 대해 배워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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