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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Nov 07. 2021

나 탐구생활 2일 ] 꿈꾸지 않는 게 꿈입니다.

이제는 오리배를 타고 싶어요.

"네 꿈은 뭐니?"


꿈.

초등학교 시절, 수도 없이 받았던 질문은 꿈이다. 선생님께, 집에 놀러 온 어른들께, 친구들에게까지. 꿈을 꾸는 건 당연한 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한 거라 생각했다.


어른이 되고, 직업이란 갖게 된 뒤에도 늘 곁에서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닌, 꿈이 없으면 인생의 심장을 도려낸 인생 식물인간 취급을 받는 것처럼.


그런데, 요즘의 나는 나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과연 꿈을 꿔야 하는가?' '왜 자꾸 무언가를 향해 돌진하는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척이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살피고,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은연중 꿈이라는 단어를 섞어 건네며, 꿈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린다. 꿈에 대한 집착은 관성이다. 


관성.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등속도 운동의 상태를 계속하려는 성질. 꿈을 꾸라는 말속에 늘 노출되어 있었기에, 그것을 멈춰야 한다는 의구심을 품어본 적 없었다. 의심한 적 없기에, 꿈을 꾸는 삶을 지향하는 건 어른이 되는 것과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꿈을 꾸는 게 당연하다 여기고, 스스로를 재촉하며 꿈꾸는 사람으로 자리 잡으려는 노력.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의 꿈꾸는 것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었음에도 언제까지 앞만 보고 꿈을 꿔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 보물섬이라는 꿈을 좇았고, 그중 몇은 찾고 몇은 찾지 못했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을까. 만족을 느끼기 위해 만 가지의 보물섬을 찾을 수는 없다. 가끔은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해 그리워하는 그리움도 배워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제는 보물섬을 찾는 긴 항해보다는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오늘 현재를 충실하게 즐기는 오리배를 타고 싶다.


나 탐구생활 2일 차.

멀리 가는 여행보다 집 가까운 예쁜 카페에 머무는 걸 좋아하는 나.

인생에서도 멀리 있는 보물섬을 찾기보다, 내가 머문 호수의 예쁜 풍경을 살피는 오리배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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