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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초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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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an 20. 2023

워킹맘의 워라밸은 지켜질 수 있을까


"엄마~물통이 없어요"

"엄마~마스크가 없어요"

"엄마~ 양말은 어디 있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질문들이 등장하게 되는 풍경 속.

당연하게도 익숙해질 법 하지만 바쁜 아침 시간에는 적응하기 힘든 돌발 상황이 연이어 발생된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 7년 차.


첫 아이의 임신과 함께 나에게 붙어있던 '경단녀'의 딱지를 떼고 다시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사회에서 한 분야의 7년 동안 같은 업무를 하면 나름 어느 정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엄마라는 경력은 1년이나 7년이나 초보 딱지를 떼기가 어렵다. 


어렵사리 두 아이의 등원 준비와 나의 출근 준비를 모두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을 했다. 이대로라면 어린이집으로 부지런히 걸어가면 5분 컷! 하지만 또 한 번의 난관이 나에게 다가온다.


"엄마~이 꽃은 왜 이러고 있어요?"

"엄마~하늘에 구름이 공룡 모양이에요~"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양쪽 손을 나눠 잡고 있는 두 아이는 세상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난 것투성이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1분 1초가 급박한 워킹맘에게는 양쪽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서로 어우러져 정확하게 분간하기 어렵다. 큰 아이의 말에 답변을 하다 보면 반대쪽 둘째 아이의 질문이 연신 쏟아지고 서로 자신의 말을 어필하듯 점점 소리는 커져갈 뿐이다.


내가 걷고 있는 것인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정신이 몽롱해져 가며 단 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을 10분이 넘어 겨우 도착한다. 다행히 쿨 내나 게 인사하며 헤어져 준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 가보다. 저녁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뒤 직장인으로서의 또 하나의 삶을 이겨내기 위해 출근을 하는 나는 워킹맘이다.


아침에 일어나 육아 퇴근과 동시에 직장 출근, 직장 퇴근과 동시에 또다시 이어지는 육아 출근.

하루 24시간이 나에게만 12시간 밖에 되지 않는 듯 짧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매일매일 마주한다. 남들은 퇴근 이후 마시는 한 잔의 맥주가 고단함을 씻어준다고 하지만 항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는 그마저도 사치다.


일과 삶이 공존한다는 워라밸.

엄마로서가 아닌 '나'로서 삶을 살아가기란 다소 팍팍한 하루살이 같은 인생. 물론 매일매일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서 얻는 행복과 기쁨이 당연히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찾아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나에게도 워라밸은 지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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