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by 그냥사탕

음악의 힘을 믿으시나요?

저는 사실 그것에 대해서 100%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가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그런 말을 할 때 직업 때문이라 여겼습니다. 또는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사람들에게서나 나올 법 한 이야기라고 치부했었어요. 저는 슬픈 영화나 소설을 보아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나마 임신했을 때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잠깐 그런 적은 있었어요. 오죽했으면 남편이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 놀렸을까요. 임신했을 때에만 사람이었다고 말을 할 정도였어요. 그러니 가수가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감정을 못 이기고 눈물을 흘릴 때에는 그저 연기라고 보았습니다.


음악은 때로 사람이 듣고 즐기는, 조금 더 나아가 좋던 안 좋던 감정을 증폭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 제가 이제는 음악이 가진 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날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복귀했을 때입니다.

커다란 식탁에서 큰 아이는 저와 마주 앉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었어요. 둘째는 엄마 무릎에 앉아서 한껏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지요. 그때 작은 아이가 좋은 노래를 듣고 싶다고 말했어요. 당연히 안 될 일은 없었어요. 아직 저녁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남아있었으니까요.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고 유튜브에 '좋은 노래'라는 검색어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운이 닿았을까요? 눈에 들어오는 영상이 하나 보였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한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눈을 감은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 많은 곳에서 공연 같은 것을 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고, 두 번째로는 높은 조회수가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눌렀습니다.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예람워십


그대 폭풍 속을 걷고 있을 때

비바람을 마주해야 할 때

불빛조차 보이지 않아도

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두려움 앞에서 하늘을 보아요

외로운 그대요 걱정 마요

꿈꾸는 그 길을 또 걷고 걸어요

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딱 두 소절만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앞의 두 줄이 지나고 나서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노래가 끝나고 몇 번을 되감아서 들으면서 말이지요. 다행히 그 시점에 큰 아이는 화장실에 갔기에 부재중이었어요. 그런데 무릎에 앉아있던 아이는 엄마가 뜬금없이 울음이 터져버린 것에 대해서 어리둥절했지요.


알고 보니 이 곡은 CCM가수 예람워십이 부른 노래였어요. 그런데 기독교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하나님, 주님, 예수님, 은혜 등등'의 가사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서 몰랐던 거였어요. 그래서인지 이후에 알아본 바로는 이 부분 때문에 논란이 조금 있었던 모양이었나 봐요. 불교, 기독교, 무교와 같은 종교 색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등극한 이유이기도 했고요.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자면 뜬금없이 터져버린 눈물에 저는 처음으로 당혹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왜 그런지도 몰랐어요. 그저 멈추지 못했고, 무릎에 아이를 앉혀놓은 채 젖은 휴지들이 계속 만들어졌습니다. 딱 두 소절 만으로 마음을 홀린 기분이었어요. 주변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영상 속 음악과 노래 가사만 들려왔습니다. 오히려 천사가 제 귓가에 대고 귓속말로 노래를 불러준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가신 이후에도 자리에 앉은 채로 수십 번을 계속 들었습니다. 어느샌가 아이가 저를 떠나 오빠와 신나게 놀고 있더군요. 시간 또한 저녁 준비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스트리밍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고작 노래 하나일 뿐이었는데 가사가 모두 저에게 와서 박혔습니다.


요즘 삶이 너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달팠었나 봐요. 어디에 털어놓을 수도 없는 비밀을 꽁꽁 숨긴 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또 그럴 수도 없었던 상황에서 마음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물이 가득 들어가고 있는 물풍선 같았어요. 그러면서 빠져나오지 못한 물들이, 더 이상 들어갈 수도 없는 상태에서 고여서 썩어가고 있었나 봐요. 노래라는 하나의 도구가 작은 구멍을 내어준 것이겠지요.


이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탁해진 물들이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간 울 일이 참 많았는데 제대로 빼내지 못한 상처로 더 곪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울고 난 다음 속이 후련해졌다는 것을 잠들 때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후련한 눈물을 얼마 만에 느껴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음악의 힘을 믿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앞은 잘 보이지 않지만, 계속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어도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는 밝음이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정말 믿도 끝도 없는 말이에요. 하지만 억지로 짜낸 것이 아닌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것은 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많이 힘드신 분이라면 이 노래 한 번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영혼을 위로해 주는 음악.

이제는 세상에 그런 음악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혼자 걷지 않을 거에요.png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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