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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an 25. 2023

정말 이게 최선일까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업무시간 책상 한켠에 진동모드로 놓여있던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요동을 쳤다.


'엥? 이 시간에 연락 올 곳이 없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지금 근무시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텐데 누구지? 갑자기 요란하게 떨림을 표현하는 핸드폰을 향하는 손길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과 불안함이 깃들기 시작한다. 둘 중 하나다. 광고 아니면 어린이집! 


뒤집어놓은 휴대폰을 확인하니 액정에서는 아이들 어린이집의 이름과 함께 번호가 뜬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으나 괜스레 무서움까지 엄습한다.


"여보세요?"

"네~어머니 OO반 교사에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나요?"


별 인사도, 대단한 내용을 들은 것도 아님에도 괜스레 아이를 맡겨놓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인이자 '을'이 된 것만 같은 느낌. 그리 좋지 않다. 


"아이가 몸이 좋지 않다고 해서 열을 재 보니 38.7도가 나와요~ 병원에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네~ 선생님. 제가 하원할 방법을 알아볼게요. 지금 바로는 어렵다 보니 조금만 지켜봐 주세요. 죄송합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발열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민감한 요즘.

내 아이가 아프다는데 마음은 이미 신발 벗고 뛰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직업적 특성상 바로 조퇴나 퇴근을 할 수 없기에 내 손과 두뇌는 빨라지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신랑과 친정엄마께 전화를 걸어 바로 투입 가능한 사람을 찾는다. 다행히 남편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재택근무로 돌렸다. 다시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하원 가능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퇴근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은 상황.

점심시간에 먹는 밥알은 모래알처럼 삼키기도 어렵지만, 그것보다 아빠와 병원에 갔던 아이의 상태에 대해 걱정만 커진다. 당연하게도 진료 후 해열제와 감기약을 처방받아 왔다는 남편과의 통화에 한시름 놓이기는 했지만 아이가 아프다는 말에 달려가지도 못하는 엄마여서 미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퇴근 후. 

뒷정리는 최소한으로 하고 남은 일거리를 버려둔 채 집으로 달려갔다.

겉옷을 벗을 여유도 없이 해열제를 먹고 해열 패치를 붙인 채 쌕쌕거리며 잠든 아이가 보였다. 열을 내리려고 속옷만 입은 아이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대자 아이는 눈을 살며시 뜬다. 엄마라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힘없이 안기는 아이의 몸은 여전히 뜨끈뜨끈하다.


"우리 아가~ 많이 아팠어?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그저 아이가 커나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고 싶지만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바로 달려가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속상함과 미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엄마가 뭔데? 단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짊어진 무게는 세상 어느 돌덩어리보다 무거웠고 나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죄인이 되고 있었다. 


다행히 단순 감기로 아이는 밤사이 열이 내리면서 또 하나의 이벤트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와중에 나는 혹여 다시 열이 오를까 1시간 간격으로 체온을 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말이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몸과 마음은 많이 지쳤으나 평소처럼 웃으며 재잘거리는 아이의 모습에 안도감과 위안을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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