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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May 25. 2023

나이가 성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화에는 기술이 있다.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말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말

거절하는 말


'말'을 통한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자 한다면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언어 치료사들의 업적을 훑어보기만 해도 수두룩이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실행이다.


아무리 최신성, 정확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알고 있는 정보와 직접 실천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부분은 사뭇 다르다. 머리와 몸이 어떻게 저장하는가에 따른 방법의 차이 일수도 있다. 유명한 행복술 사가 어느 날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보내오는 것이 대표적인 내용 아닐까 싶다. 입으로 아무리 부르짖는다 해도 언행 불일치를 한다면 그것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보일 수밖에 없다.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다.


최근 여러 가지 일들 가운데에서 정신없이 버티다 보니 절로 짜증 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직장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러한 분위기를 뿜어낼 수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화살은 종종 남편에게 향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없을지언정 웬만하면 다 받아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별 것 아님이 분명한데도 나라는 사람은 쏟아내기 바쁘고, 그는 말없이 들어준다.


때로는 추임새라고 넣어주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풀리기도 하고, 또다시 열받게 되는 반복 사이클 속에서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자기반성에 휩싸인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어린 시절.

어른은 무엇이든 다 해내는 사람인 줄 알았다. 못하는 것이 없는 전지전능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원하는 곳이 있으면 그 어디든 갈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껏 먹을 수 있으며 타인의 실수에도 눈감아 주며 너그럽게 수용해 주는 그런 존재가 바로 나이 많은 어른이라고. 그렇지 않은 경우 TV속 뉴스에 나오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라 그리 믿었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른이라고 표현할 나이가 되고 보니 '별 것' 없었다.


이미 머리는 성장을 끝마쳤으나 내면은 언제나 흔들리기 바빴다. 먹고 자는 것조차 사회의 틀 안에 갇혀서 온전히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한다. 맛난 음식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양보해야 하고, 쉬고 싶으면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하며,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는 한 달 꼬박 애를 써서 월급이라는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공교육으로 수십 년에 걸쳐 수련 비슷 한 걸 했으나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아 끊임없이 배워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감정 하나 제대로 컨트롤하는 것조차 상당히 버벅거리는 성숙과는 사뭇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성숙을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소설가 라와나 블랙웰(Lawana Blackwell)의 말처럼 그저 숫자의 변동을 겪었을 뿐 내면은 끊임없이 노력과 실행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질러대는 말 몇 마디는 상대의 마음을 상처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또다시 되풀이하는 나.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가장 가까운 이에게 쏟아냈다며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나.


도대체 나는 나이를 어느 구멍으로 잡수셨을지 알 수가 없다.


다양한 대화의 기술을 알면 나아질까 싶어 서둘러 관련 서적을 뒤적거려 본다. 하지만 결국 종이 위의 늘어 선 글씨가 아닌 현실에 직접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와 성숙이 비례되지 않음을 알기에 온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를 되돌아보고 다듬어가야 하는 수행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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