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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ul 17. 2023

눈 크게 뜨고 고개를 돌려보기

친정 엄마의 생신으로 친정 식구 모두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을 예약하고 고기를 굽고, 생일 케이크를 노래와 함께 자르며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고는 하나 아이들은 금세 왁자지껄, 웃음으로 가득 찼던 시간이었다. 두 집의 아이들이 한데 합쳐지니 서로 자신의 말들을 상대에게 어필하고자 점차 데시벨은 높아졌고 그것에 정신이 없는 나는 식사를 하면서도 뱃속의 용량 확인이 안 될 정도였다.


조용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음에도 그렇게 적응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이 가득 쌓여 헤어질 수 없다는 듯 아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모임이 끝나고 나니 집 안에 흐르는 약간의 정적이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당연하게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차분함이었음에도 다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웠나 보다.


장마로 끊임없이 퍼붓던 빗줄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멈추지 않을 듯 쏟아대는 그 물방울들이 사라지지만 가득 찬 습도 덕분에 끈적거림이 계속 내 곁에 맴돌듯,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은 귓가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 때문일까?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가운데 함께 온화하고 밝게 보이고 싶어 수면 아래에 오리발처럼 파닥거리는 내 모습이 다시 리플레이된다. 어째서 그렇게 웃고 싶었을까. 나는 왜 그리 정신없이 파닥거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즐거움을 가득 느끼고 싶었던 자리. 덕분에 그 속에 동화되어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내면 어딘가에는 여전히 부족한 마음을 채우고 싶어 갈망한다.


모임의 주제와 다른 나의 문제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늘 불안한 마음이 어디에서 오기 시작했는지 알고 있기에 그 해결방안을 찾고 싶었다. 한 가지 일에 빠지면 그것에만 들이대야 하는 성격 탓에 모질게 걱정거리를 끊어내고 오지를 못했다.


시시하다.

함께 웃으며 복작거리고 있는 그 자리가 너무 마음에 들지만 제대로 푹 빠져있지 못하는 내 마음이 질척거리게 느껴진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깔끔하게 만들지 못하는 그 마음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지 말자.

문제란 언제나 존재했고, 항상 함께 했는데 여기까지 잘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것을 계속 되뇌어 본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항들이 마음을 짙게 누르고 있다. 언제나 갈망하는 행복은 고개를 돌리면 주변에 산재되어 있었다. 정신 사납게 글을 쓰고 있으면서 내면에서는 거친 파도의 수위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풍랑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 있기에 그 길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눈을 치켜 떠보자.

행운의 네 잎 클로버는 드넓은 꽃밭에 단 하나만 있을 수 있겠지만 행복이라 불리는 세 잎클로버는 지천에 널려있음에 눈 크게 뜨고 작은 행복들을 모아보자. 그렇다면 지금까지 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웃으며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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