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무가치한 행동은 아무것도 없다

by 그냥사탕


작년 초.

무언가에 홀려 도전해 보았던 브런치 작가.


글재주란 눈을 씻고 쳐다봐도 1도 없던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때 글 잘 쓴다는 소리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고 대학교에서도 짧고 간략한 정의 등을 논하고 실험을 했던 이공대를 졸업했던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책은 취미 삼아 즐겨 읽었지만 여전히 일기를 제외하고는 글이라는 것은 실험 보고서와 이력서 외에는 끄적거려 본 적이 없었다. 쓰는 것에 대한 유전자라고는 하나 없던 내가 '고시'라고 별명 붙여진 브런치에 도전하여 한 번에 합격했다.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브런치 심사팀의 넓은 아량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소위 글빨에 대해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사실 이곳에서 만큼은 졸작이라고 부를지언정 작가라고 불러주니 나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내가 쓴 몇 편의 글을 제출하고 결과를 받기까지 단 며칠간 긴장을 엄청 했었다. 그리고 은근 기대는 하고 있었으나 정말로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운의 끝이었다.


그 이후 여러 가지 글을 써서 올렸다. 감사하게도 몇 편의 글들은 다음 메인에 올라가며 몇 천, 몇 만 까지 조회수가 올라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런 반응은 없었다. 나 또한 내가 쓴 글에 대하여 굳이 품평하고 싶지는 않으나 진짜 글빨 하나 없는 것들의 향연이었다. 작가라고 우기고 싶어도 나의 필력은 꾸준히 수준 미달이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이미 통과한 이상 브런치에 글을 쓸 때에는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부끄럽지만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사회생활을 했을 때에는 나의 이름 석자로 불렸었다.

하지만 그것을 접고 가정주부가 되면서 나는 오로지 엄마와 아내, 딸로만 지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작가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었다.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 마음먹고 지금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잊혔던 나의 새로운 네임이 너무 감사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되었던, 그럼에도 세상에서 유일하게 작가라고 불러주며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던 이곳은 고마운 곳이었다.


가정주부가 되고 몇 개월이 흘러 오랜만에 글을 하나 올렸다.

지금 쓰고 있는 연재의 첫 화였다.

이게 뭐라고...


그동안 시도조차 하지 않고 허공을 볼 때보다 한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이 혼자 감격스러웠다. 여전히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겁도 많고 굼뜨지만 도전을 했다는 것에 스스로 기특함을 느꼈다. 나는 잘하는 것이 없다며 무가치라는 이름으로 좌절하고 푸념하던 일상에서 고작 글 몇 자를 적어서 올렸다고 티끌만큼이나마 성장했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하여 그동안 잊고 있던 '작가'라는 이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조금씩 샘솟기 시작했다. 세상에 무가치한 행동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몸소 경험하게 된 것이다.


사람은 예민하기도 하지만 꽤나 둔감한 생명체다.

주변 상황이나 분위기에 대하여 남모르게 발달한 육감이 먼저 레이더를 작동한다. 반대로 늘 해오던 일이 점차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면 그 안에서 꿈틀대는 변화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게 반응한다. 내가 바로 그 상황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맞벌이, 워킹맘을 하다가 가정주부가 되었을 때에는 그 이후에 다가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기똥차게 알아채고 겁에 질려있었다.


이러다 내 이름은 주민등록증에 새겨진 세 글자 외에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의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단정 짓고 좌절했다. 한편으로는 우울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 각종 집안일과 가족의 안전한 삶을 위한 모든 행동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문제들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불만 많은 아줌마였기 때문에 그랬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끄적이다 보니 축 늘어져서 맥을 못 추던 육감의 레이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냥 읽기만 했는데 새로운 인생을 찾고 싶다는 욕구를 발견했다. 속풀이로 끄적거리다 보니 우울감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자 도전할 거리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어떠한 것도 무가치한 행동이 없다.

도전에 대한 결과가 항상 무지개처럼 밝고 찬란하지 않다는 것만 받아들이면 된다. 내가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을 깨작거릴지 알 수는 없지만 시도한 모든 것에 의의를 둘 것이다. 일희일비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갈지라도 어떠한 피드백도 감사히 받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일단 도전했다는 것은 적어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한 행동이 당장의 결과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기어이 내공으로 정착할 것이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끝내 어디선가 새로운 인생의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나는 무의미한 인생을 살고 있어'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야'


그럼에도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굳이 스스로를 악의 구렁텅이, 악마의 자식처럼 어둠을 찾아가지 말아 보자.

마냥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때문에 무모한 도전정신으로 시도했던 브런치 작가 도전이었다. 관련 학과도 나오지 않았고 단 한 번도 글 쓴 것에 대한 칭찬이나 상장 또는 감상평 또한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준비했고 감사하게도 단 한 번의 '작가'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가정주부가 되고 지금 이렇게 브런치 북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연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몇 년 전의 도전은 그 당시 삶에 큰 영향이 없었다. 그저 한 번에 통과했다는 즐거움과 스스로 글을 써서 '브런치 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설렘이 전부였다. 물론 그때도 그 기쁨은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그 당시 이곳에 글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기에 지금 연재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 주었다. 어쩌면 이 또한 당장은 '미미한 변화가 있었다'라고 부르며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 쓰고 있는 브런치북은 나만의 위대한 업적을 위한 또 하나의 계단이 될 것이다.


뭐가 되었든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고 일단 들이대보자. 세상에 무의미한 행동은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무가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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