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가정주부입니다

by 그냥사탕


자녀교육에 관련된 육아서 및 자기 계발서에는 모두 위인들만 살고 있었다.

금전적인 뒷받침, 완벽하게 짜여 있는 주변 환경. 그것조차 없다면 대단한 의지로 이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어내는 엄마들이 존재했다.


내 아이를 조금이나마 잘 키워 보겠다고 이러저러한 책들을 골라 읽을 때마다 저절로 주눅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체력도 저질이기에 조금만 하면 숨이 차 올랐고,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따라 하려고 하면 어느새 가랑이가 찢어질 듯 고통이 따라왔다. 저마다 별 것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은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별 것 있는 비법들에 가장 어려운 방법으로 다가왔다.


그중에 가장 힘겨웠던 것은 '꾸준히'였다.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오랜만이라며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 때면 어느새 자녀 교육의 이야기로 흐름이 흘러갔다. 다들 본인들이 평범하다고 말하는데 그중 나는 항상 뒤떨어진 1인이었다. 외벌이에 가정주부가 가진 가장 큰 결점인 money가 언제나 발목을 잡아왔다.


이 학원이 좋데, 이런 방법은 어떻게 좋다던데...


하나같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끄집어낼 때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이를 서포트해 주어야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는 것이었고, 그러한 특별한 재능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 숨겨져 있는 씨앗을 이끌어내고자 다방면으로 뒤져서라도 찾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야 부모의 책임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가운데 집에 앉아서 삼시세끼 열심히 차려주고 상황상 부담감에 학원은 제대로 보내지도 못하는 나는 생각 없는 엄마였다. 여기에 본인 살겠다고 틈만 나면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고 여유시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도서관으로 마실만 다니고 있는 나는 못된 엄마였다. 하지만 나의 교육 철학은 '독서에서 시작된다'이다. 지금 당장 국어, 영어, 수학, 예체능 쉴 새 없이 학원 투어를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학원 이야기만 나오면 질겁을 하는 내 아이는 마냥 놀고 싶어 하는 뽀로로가 롤 모델일 정도였다. 때문에 이러한 핑계로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육아서에 나오는 대단한 분들처럼 체계적이지는 않아도 도서관을 돌면서 다양한 책들을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양한 교육 정보들 한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야만 했다.


체계적인 교육은 잘 못했지만 가장 어려운 '꾸준히'를 독서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세상 가장 힘든 일이다. 집에서 간략하게 엄마표로 교과 공부를 하고 나머지는 뒹굴거리며 본인 읽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챙겨주는 일 밖에 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아직 저학년이기에 그럴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좌절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왜 그렇게 못하지?'라며 자책을 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대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나도 육아도 그렇게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쓴다는 일은 참으로 멀고 험하다.

대단한 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정주부로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것 또한 나름의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딴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내 아이가 다르듯 어떤 상황에서건 포기하거나 질책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꿈을 펼치는 일이 고되고 힘든 것처럼 육아와 살림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것을 처음부터 인정하면 그 자체로 즐거운 여정이 된다.


내 아이가 여러 도전들을 힘듦이 아닌 즐거운 여행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해 주고 싶다. 그것이 나를 찾는 일이라고 여겼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의 어느 한 대사처럼 정말 그렇다면 나는 자신의 꿈을 펼치는 엄마의 등짝을 보여주리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소중한 시간.

이번에도 고마운 남편의 배려로 3시간의 휴가를 받아 집 근처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펼쳤다. 매번 책만 읽는다고 장난 삼아 구박하는 남편이다. 물론 그에 타격을 받을 나도 아니었다. 평소에 열심히 살았으니 지금은 그저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즐겁기만 하다. 또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여겼던 일들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내 가족이 알아주고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은 엄마의 가장 중요한 취미이자 힐링을 하는 채움 시간이었고, 주말에 가끔 부여받는 3시간은 평소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기 위한 에너지 보충 시간이라는 것을 남편뿐 아니라 아이들도 알아주고 이해해 준다. 그거면 되었다. 이거면 충분하다.


여전히 나는 가정주부다.

이른 아침에 피곤한 눈을 비비며 출근 버스에 힘겹게 몸을 싣는 남편처럼 나는 꽃보다 더 예쁜 아이들을 향해 출근하는 가정주부다. 두 아이가 각자의 기관에서 퇴근을 하면 활짝 웃는 얼굴로 맞이하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며 중심을 잡는 가정주부다.


퇴사를 하고 길을 헤매며 우울한 매일을 보내던 과거의 나와는 다른 나다.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아직 열어보지 않은 행복한 인생 선물들이 가득 쌓여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음침하지 않다. 나의 희망은 매 순간 직접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갈팡질팡 할 일들은 많지만 괜찮다.

희망을 놓지 않고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등짝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엄마이자 아내이고 멋진 가정주부다.


- 돌고 돌아 가정주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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