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문을 두드리다
두 번째로 찾은 병원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번화가의 병원이었다. 30년도 더 되어 낡아 삐걱이는 옥색 나무문 너머에 앉아있던 백발 할아버지 선생님보다 허먼밀러 체어에 앉아 클래식을 듣고 있는 젊은 선생님이 이상하게도 더 신뢰가 갔다. (왜인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현대문명이 주는 편안함이거나 속물근성이거나.) 선생님의 등 뒤로는 발뮤다 공기청정기가 영롱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전 병원에서 상담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처음보다는 덜 긴장하고 내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눈을 감고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내 얘기를 다 듣고 나서야 선생님은 눈을 뜨고 이렇게 말했다.
“불안이 상당하네요. 강박도 있구요.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먹으면서 경과를 봅시다.”
받아든 조제약의 가짓수가 확실히 적었다. 두 알이니 잘 먹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약을 먹으면서 전보다는 확실히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쉬이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그 기세를 맹렬히 올렸다. 이제는 눈을 뜬 순간부터 별 이유도 없이 불안감에 시달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한 평온한 오전, 나는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하며 계속 침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방문한 병원에서는 약의 용량을 더 올리겠다고 했다.
아이가 하원하고 함께 간 도서관에서 나는 처음으로 호흡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과호흡이 온 것처럼 부자연스러워 연방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무엇보다도 처음 겪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한 번 찾아온 과호흡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다시 찾아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간단하게 진단했다. “공황도 왔네요. 약을 더 올려야겠어요.”
선생님이 가볍게 말한 그 단어가 나에게는 좀 충격으로 다가왔다. 불안장애, 강박장애, 공황장애. 왜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하는 걸까. 스스로의 멘탈조차 관리할 수 없는, 나는 이렇게도 나약한 사람이었던가. 단정적인 진단명이 나를 더 우울하게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도 여전히 야근 중인, 항상 바쁜 나의 짝꿍을 더욱 원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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