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조각
어쩌면 우리 삶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큰 시련이 찾아오고,
좌절의 순간 어디선가 구원의 손길이 나타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는 흔히 "운이 좋았다" 또는 "운이 나빴다"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보면 인생은 마치 보이지 않는 균형에 따라 움직이는 듯합니다.
40년 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그동안 겪었던 모든 기쁨과 슬픔, 행운과 불운이 더해져 결국 '0'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행복했던 순간이 지나면 반드시 그만큼의 고통이 뒤따랐고,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이 지나가면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삶이란, 모든 것이 결국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된 거대한 시스템이 아닐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 용맹하고 지혜로운 사자왕 무파사는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린 심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Everything you see exists together in a delicate balance."
(네가 보는 모든 것은 섬세하고 미묘한 균형 속에서 함께 존재한단다.)
어릴 때는 별생각 없이 들었던 말이지만, 요즘엔 이 한마디가 우리 삶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진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결국, 삶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일상 곳곳에서 '밸런스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낮과 밤, 여름과 겨울, 생명과 죽음.
물과 불, 태양과 달, 밀물과 썰물.
기쁨과 슬픔, 쾌락과 고통, 사랑과 증오.
남자와 여자, 아기와 노인, 건강과 질병.
권리와 의무, 부와 가난, 도전과 안정.
신기하게도, 모든 것에는 반드시 그 반대편의 짝이 존재합니다.
세상은 남자만으로, 낮만으로, 생명만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기쁨만으로, 쾌락만으로, 사랑만으로 가득 찰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와 밤과 죽음이 존재하며, 슬픔과 고통과 증오가 공존합니다.
우리 삶에는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 반대라고 믿어온 것들이 사실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말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반대편의 짝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너무 뜨거우면 식고, 너무 차가우면 다시 따뜻해집니다. 너무 높이 올라가면 언젠간 내려오게 되며,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갈 일만 남습니다. 태어난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과음한 다음 날엔 반드시 숙취가 뒤따릅니다.
그 어떤 것도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감정도, 환경도, 결국에는 미묘한 균형을 찾아 움직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밸런스의 법칙'을 받아들이고 그 흐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뿐입니다.
많은 사상가들이 밸런스의 법칙을 전제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이란 극단을 피하고 중용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했고, 공자는 "중용은 세상의 모든 이치가 담긴 길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중용이란, 결국 '균형 잡힌 삶'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너무 앞서가면 넘어지고, 너무 뒤처지면 길을 잃습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너무 약하면 쉽게 흔들립니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사랑과 이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하며 균형을 배웁니다.
모든 순간에서 적당함을 찾아갑니다.
마흔이 되니, 좋은 일에 크게 기뻐하지도, 나쁜 일에 크게 낙담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모든 경험이 결국 균형을 찾아 움직이는 그래프 위의 한 점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적당히 기뻐하고, 적당히 속상해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기쁜 일이 생기면 "잠시 이 순간을 즐기자" 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이것도 곧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두운 밤을 지날 때, 새로운 아침이 올 것을 믿는 것.
기쁨의 순간에, 들뜨지 않고 차분할 줄 아는 것.
순환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중심을 지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무파사가 어린 심바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균형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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