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영어공부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영어공부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란 이런 때라고 해야 할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토익이나 토플처럼 공인된 영어 성적과 실제 회사에서 컨퍼런스 콜을 하거나 외국인과 대화할 때 드러나는 영어 실력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음을. 영어학원에 쏟아 부은 돈과 시간이 네이티브 앞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가를. 토익, 토플, GMAT, GRE 에 모두 발을 담가본 (그러나 어느 것에도 풍덩 빠져들지는 않은!) 직장인 프로배움러로서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못하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지만 가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영어실력은 연봉과 같다.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그러니까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 그것도 계속. 몇 달 손을 놓으면 놀라운 속도로 퇴화하는 것이 영어다. 우리말도 갈고 닦지 않으면 녹이 스는데 외국어야 말해 무엇하랴. 못하면 못하니까 공부해야 하고, 잘하면 잘하니까 공부해야 한다. (BGM. 슬프지만 진실)
그런데 영어공부에 대한 의지는 일단 집에 도착하는 순간 안드로메다로 사라진다. 안녕 영어, 네가 잉어 청어 송어 고등어 같은 부류였다면 우리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그렇다고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안오르는데 영어에 자꾸 기약없는 투자를 계속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뭔가를 꾸준히 하려면 일단 좀 만만해야 한다. 넘사벽이 되면 그냥 넘을 생각을 포기하지 않나.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노력은 딱 두 개다.
1.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쉽게, 함께
여자동기들과 함께 하는 스터디의 이름이다. 말 그대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 뭐 이런 말을 개인적으로 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원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토마스 홉스)’ 상태이지만, 실상은 “너희의 모든 불행은 너희 자신에게서 온다는 것을 알아라(장 자크 루소)” 에 가깝다. 시샘이나 질투는 제로섬을 향하지만 동지애는 시너지를 낸다. 다들 바쁜 직장인에 대부분은 워킹맘이므로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책이나 영어 기사를 정해 놓고 그냥 읽어서 녹음 파일을 단톡방에 공유한다. 분량은 그 때 그 때 다르지만 대체로 5분 안팎이 적절한 것 같다. 15분이 넘어가는 장문인 경우도 있고, 1분 내외의 단문인 경우도 있다. 다 같은 직장 동기이므로 서로의 고충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스터디를 소홀히 한다고 질책하지도 않고 누군가 속도를 낸다고 경계하지도 않는다. 그냥 서로의 페이스대로 하되 공유하기만 한다.
일단 무언가 한다는 것 자체가 안하는 것보다 낫다. 혼자 하면 안하니까. 그리고 그냥 낭독하는 것이라고 우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없이 읽더라도 읽기 위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외국어를 오래 읽다 보면 갑자기 혀가 꼬이고 목이 타는 경험은 보너스.
2. 미드’만’ 본다
안타깝게도 나는 악착같이 공부하는 타입이 아니다. 대신 악착같이 빈둥대는 타입이다. 그런데 이 사회는 자꾸 악착같음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악착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나의 의지와 악착같이 무언가를 하도록 강요하는 주위의 환경 속에 우리는 서로 타협점을 찾고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얼마나 훈훈하고 민주적인 해결책인가.
따라서 나의 선택은 간단하다. 놀기는 놀되 노는 것이 아닌 것이다. 드라마를 보기는 보되 한국어로는 보지 않는 것이다. 즉 미드나 영어로 된 영화만 본다. 한국어 드라마는 여간해서는 보지 않는다. 물론 이쯤해서는 알았겠지만 내가 미드를 본다고 해서 자막을 가리고 본다거나 할 정도로 악착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단 영어를 계속 듣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무의식중에 익숙해지는 영어 표현이나 단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놀고 있지만 놀고만 있지는 않다는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놀고있...)
하나도 안힘들고 좋은 영어 공부 비법이란 마치 먹을거 다 먹고 다이어트 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도 이만하면 쉬운 거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거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영어 공부 비법 아시면 제보 바랍니다. 궁서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