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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Jul 31. 2019

어른이의 눈으로 본 <라이온 킹>

내맘대로 영화얘기

실사판 영화로 돌아온 <라이온 킹>.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꽤나 갈리는 편이다. 원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호도 역시 생각보다 극명해서 다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덕후 팬으로서 손꼽히게 좋아하는 라이온 킹인데, 지인 중에는 “이런 류의 성장스토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라이온킹에 대한 평가를 일축하는 경우도 더러 보았다.


영화관에 가서 3D IMAX 로 거금을 들여 본 영화. 실사판 라이온 킹에 불만족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꼽는다.

1.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동물들의 표정이 없다

실사 재현에 너무 충실하다 보니 동물들이 실감나기는 하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었던 다채로운 표정연기가 실종되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동물의 왕국을 보는 느낌이다.

2. 스토리가 너무나 뻔하다

최근 개봉된 다른 영화 <알라딘>에서 자스민 공주의 역할이 커지고 약간의 현대적 각색이 더해진 데 반해 원래 아는 맛 아는 얘기 <라이온 킹> 그거...

결론적으로 내게는 너무나 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감동의 도가니였던 <라이온 킹>. 아기 심바가 태어나는 장면과 아가 심바와 무파사가 노는 장면, 밀림과 정글의 생생한 장면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동물들의 표정이 무표정해서 오히려 현실감 있고 감정이입도 잘 되었던 것은 이미 동물 다큐를 많이 봐서 익숙해진 탓일지도. 그러나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며 생각해 보니 이 영화가 전달하는 교훈은 매우 명확했다.


1. 부모님 말씀을 잘 듣자

영화에서 보면 심바 요녀석이 꼭 엄빠가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 한 번 당했으면 정신을 차려야지 또 삼촌한테 당하고. 늬 삼촌은 수양대군같은 사자인 걸 꼭 당해봐야 알겠니. 거기다가 촐랑대면서 자기가 왕이되면 삼촌은 자기 신하가 될 거라는 얘기를 해서 안그래도 성질 고약한 삼촌의 속을 긁는다. 심바의 통과의례와 성장기, 각성의 순간들이 영웅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부모님이 가지말라는 데 안 가고 하지말라는 거 안 했으면 아부지가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실 일도, 어무니가 그렇게 갖은 수모를 겪을 일도, 자신이 그렇게 산전수전 겪으며 고생할 일도 없었던 거다. 거기다가 나라가 도탄에 빠지고 백성들이 굶주리며 탐관오리(하이에나)의 수탈에 빠질 일도 없었겠지...


2. 바보심바와 평강날라(feat. 라피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던가. 사람의 세계였다면 날라가 여왕이 되어도 좋았을 것을. 실제 사자의 세계에서는 숫사자가 암사자보다 약 1.5배 몸집이 크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라도 라이온 퀸은 고증에 무리가 있겠지... 반면 하이에나무리는 의외로 모계사회다. 영화에서도 쉔지(하이에나 우두머리)가 암컷인 것은 그 영향. 심바가 날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계속 정신못차리고 멧돼지랑 미어캣이랑 놀고있었겠지. 거기에 킹메이커 라피키의 한 수. 왕이 되는 데에는 적통인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조력자가 중요하다. 성공하는 모든 동물 사람들은 훌륭한 조력자가 있다. 배우자든 책략가든 신하든간에.


3. 너 똑 닮은 자식 낳아 봐라

이렇게 쌩고생한 심바가 왕이되어 프라이드랜드에는 태평성대가 돌아오고, 심바와 날라의 2세가 또 심쿵하는 귀여운 외모로 등장하는 것으로 마무리. 그러나 왠지 심바 너도 늬 엄니아부지 속을 그렇게 썩였으니 심바주니어가 속썩여도 넘 억울해하지 말거라... 인생 원래 그런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건 내가 이제 자식의 관점이 아니라 부모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 걸까... Circle of Life 처럼 인생은 돌고 도는거란다 심바야.


요즘 핫한 트렌드인 비건, 채식주의자 사자로 살던 심바는 왕이 된 이후에는 다시 육식사자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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