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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Aug 12. 2018

열두 발자국, 정재승 교수님

소소한 이야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평소 존경하던 정재승 교수님과 사진까지.

나이들어 팬심 폭발.


이 책은 science 분야보다는 human art 와 applied social science 의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도서는 과학 분야가 아닌 인문사회 분야의 신간 코너에 진열되어 있었다. 저자가 과학을 전공했으므로 당연히 science dept. 에서 책을 찾고 있던 나는 스스로의 편협함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인을 받는 와중에 교수님께 우리 회사에 강연을 와 주실 수 없으실지 여쭤보았다. 몹쓸 애사심인지 패기인지. 그리고 실제 연말 타운홀에 강사 후보로 올렸다. 운이 좋으면 눈앞에서-물론 행사장 세팅을 점검하거나 임원들의 불편이 없는지 등을 챙기고 있겠지만- 교수님의 강연을 듣게 될 수도.


아는 것이 많은 것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무지한 대중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일은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대가들은 대개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장 쉬운 언어로 전달할 줄 안다. 물론 말재주나 성격 등의 이유로 전달력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모든 학자가 훌륭한 교사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전달력을 갖춘 학자는 대중에게 좀 더 말랑말랑한 형태로 학문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학보사 학술부 기자로 활동할 때 주로 교수님들을 취재하곤 했다. 때로는 문외한인 생물학이나 화학 기사를 써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철학과 법학을 다뤄야 했다. 모두 생경한 학문이기는 매한가지였다. 중앙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빌려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를 쥐어 뜯기가 다반사였다. 그래도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팔할이 교수님들 덕분이었다. 그 분야에서 강의평가가 우수하거나 저명한 교수님들은 십중팔구 가장 심오한 지식을 가장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는 분들이었다. 인문대에 갓 입학한 어린 학보사 기자가 기획기사 하나쯤은 쓸 수 있을 정도의 풀이가 가능했다.


어떤 지식은 너무 위대하고 소중해서 나만 알고 싶다. 이 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말은 발화되고 서술되어야 가치가 있듯, 지식은 전수되어야 하며 정보는 알려져야 한다. 뛰어난 이론이나 논문이 발표되었다면 한 번쯤 주목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나의 삶과 무관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밥벌이에 바빠 지적 유희는 사치로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이니. 마음 속 깊이 숨겨둔 소망이 있다면, 실은 강의를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의를 할 수 있는 지식과 깊이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이 숨가쁜 직장인에게 과한 욕심일까. 어찌됐든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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