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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Jul 29. 2018

샐러던트의 추억 1화: 직장인 MBA 도전기

해외 MBA vs. 국내 MBA,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다


입사한 지 몇 해가 지나면 직장인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이 직장에서 내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얼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일이 나에게 잘 맞는 일일까. 이 길을 제대로 선택한 것일까. 동기들과의 수다도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일은 어느 정도 손에 익어간다. 입사 면접을 볼 때의 패기와 총명함에 녹이 슬어 가는 것 같다. 나를 고갈시키는 것이 조직인지 나 자신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모두가 방황의 시간을 거친다. 견딜 수 없어 퇴사를 하기도 하고, 발빠르게 움직여 이직을 하기도 한다. 부서를 이동시켜 달라고 인사부에 청원을 하기도 하고,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넋두리를 하기도 한다. 혹여 돌파구가 될까 끊임 없이 무엇인가 찾아 헤맨다. 자격증을 공부하기도 하고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기도 한다. 취직을 하고 입사를 하면 그것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다. 대학 4년 내내 나를 옭아매던 진로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줄 알았다. 잘못 알았다. 진로 고민은 평생 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모교로 채용설명회를 갔을 때.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있고 일도 동료도 좋았던 나는 '퇴사 후 MBA'가 고민되었다.


내가 입사하던 2007 년 무렵만 해도 해외 MBA 는 어느 정도 희소성이 있었다. 꽤 괜찮은 tier 의 영어권 MBA 를 졸업하면 외국계 금융권 입사가 어렵지 않았다. 입사 3년차가 되면서 MBA 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국 MBA 순위를 저장해 놓고 20위 안에 드는 학교의 GMAT (MBA 입학시 요구되는 점수) 과 토플의 평균 점수를 계속 들여다 보곤 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은 늘 그렇듯 빠른 속도로 역전된다. MBA 졸업자가 급증하면서 인기는 조금씩 시들해졌다. 학비와 생활비와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2-3억이라는,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비용을 들여 해외 유학을 다녀와도 만족스러운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사례를 계속 접하게 되었다. 내 점수는 애매했다. Top 10 은 어려웠지만 11-30 위 사이는 목표로 삼아볼 만했다. 주말을 반납하고 몇 달간 준비한 GMAT 이었다. 조금 더 공부하면 더 오를 것 같다는 미련과, 더 이상은 못 하겠다는 체력적 한계 사이에서 고민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는 하나, 학원비와 시험 비용의 지출도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동창들은 유행처럼 해외 유학을 갔다. 떠나고 싶다. '헬조선' 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이전이지만 이 곳을 떠나면 어쩐지 더 나은 삶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도 현실은 묵중하게 버티고 있었다. 냉정하게 현실을 계산해 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 혹은 현재 직장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어서, 혹은 고액 연봉을 위해 MBA 를 간다. 대체로는 MBA 졸업 후 금융권이나 금융 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과 영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급여 수준이 괜찮기 때문이다. 회사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 회사에 다니는 것이 꽤 즐거웠다. 일도 재미있고 동료들도 좋았다.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외국계 금융권에 재직중인데 구태여 이 비용을 들여 또 유학을 가야 할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대학교 졸업식날. 졸업 전에 취업이 되어 마냥 행복했던 이 당시에는, 이제 진로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해답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를 붙잡고 한탄을 했더니 선배가 말했다.
"요즘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데, 회사 그만두기 아깝지 않아? 꼭 해외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공부를 하고 싶은 거라면 국내에서 다니면 되잖아. 내 친구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야간 MBA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옵션이었다. 당연히 직장과 학업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선택지만 있는 줄 알았다. 흡족하지는 않더라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솔깃했다. 뒤에 만난 다른 선배도 조언했다. 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의를 하는 선배였다.
"고민하다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일단 해 보는 게 나아. 학교 랭킹만 고집하다가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일단 무언가를 배우면서 시야를 넓히는 편이 더 나을것 같아."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최대한 많은 자문을 구했다. 세상을 앞서 살아본 사람들의 의견은 대체로 아래와 같이 요약되었다.
-지금 직장을 그만 두기에는 아까운 것 같다. 객관적 네임밸류 + 네가 그 정도로 회사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순수하게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이 목적이라면 장소는 핑계다. 일단 어디든 가서 해라.

결국 국내에서 part time MBA 를 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이 때만 해도 '일단 입학했다가 영 아닌 것 같으면 그만두지 뭐' 정도의 안이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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