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8

by 소연



나는 유독 건물그림이 어렵다.

일전에도 말했듯

일단 커다란 크기에 압도되고,

똑같이 반복되는 선들의 나열이 지루하다.

아까와 똑같은 창문을 지금도 반복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목줄기부터 등까지 간질간질하고 참을 수 없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싫증 잘 내는 성격 탓일게다.

빨리 결과가 보고싶은 조급증 탓일게다.


청명했던 한글날.....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왔다.

마침 공원에선 <한글날 백일장> 준비가 한창이었다.

현장접수도 받는다는 소리에

슬쩍 아이와 나의 원고지를 받아왔다.

이제 초등학교를 입학 해 아직 맞춤법도 헷갈려 하는 아이는 이번이 생애 첫 백일장인 셈이다.

백일장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무작정 제시된 주제 3개 중 한 개를 골라

시를 써보자 했다.

돗자리에 엎드려 댕굴댕굴 하던 아이가


"그래! 결심했어!"


하는 듯 한 표정으로 글을 써내려 갔다.

일기 쓰듯 줄줄 쓴 글을

시처럼 행과 연으로 나누어주니

제법 그럴듯한 시가 되었다.



<별>

우리가 별을 본다.
별이 우리를 본다.

모두 하하호호
신나는 하루

우리는 하나니까
재미있게 하루를 보낸다.


무슨 내용인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이의 첫 도전이니

이걸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



그래.

도전은 이렇게!

어렵게 생각지 말고!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모른다고 주눅들지 말고!


아이의 모습에 뜻밖의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그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도 어렵다 느끼는

건. 물. 그. 림.

......


공원에서 보이는 아파트를 무작정 그렸다.

창문 갯수도, 좌우도 뭐 하나 맞는 게 없다.

그래도 그려본다.

시작 했으니까.....


색칠을 끝내고,

도장을 찍고,

내가 그린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

.

.

그래, 뭐.

이만하면

도전 성공이다! ^^;


마음 속에 별도장 다섯 개를

콩콩콩콩콩 찍어본다.









오늘의 선수들.....



오늘 그림의 모델, 송도의 한 아파트(?)



아트박스 드로잉북/사쿠라코이 워터컬러/쿠레다케 물붓/미쯔비시 시그노펜 0.39, 0.28



** 보탬 :

나는 주로 현장에서 실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편이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사진이 거의 핸드폰 사진인지라 작아서 형태나 부분이 잘 보이지 않아서랄까?

^^;;

확대해서 작은 부분을 그리고 나면 꼭 비율이 크게 차이가 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려 한다.

오늘 건물 그림도 백일장이 모두 끝난 후 현장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가 많이 짧아졌더라. ㅠㅜ 저만큼 그려놓고 깜깜하고 추워져 하는 수 없이 철수. 집에 와서 나머지는 그리고 채색하였다.

집에서 사진을 보고 그리니 좋은 점은 시간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은 아무래도 가변성도 있고, 주변 여건도 있고 한데, 집에서 그리는 그림은 그런 제약에서 많이 자유로우니 그 점이 참 좋다.

어쨌든 현장에서 그리든, 집에서 그리든 그림을 즐긴다는 것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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