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언니, 커피 한 잔 할래요? 남이 타주는 걸로...^^"
오랜만에 내 입도 맥심에서 벗어나본다.
"카페모카 아이스 하나랑, 밀크티 따뜻한 거 하나 주세요~"
동생의 커피와 나의 밀크티가 나오면,
2층 창가 어디쯤 앉아
찻잔과 차를 그려야지. ^^
지이이잉~ 지이이잉~~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
아...... 종이컵이다. --;;;
주둥이 넓고, 똥실똥실한 머그컵을 기대했는데.....
아이스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따뜻한 차는 컵에 좀 담아주지......
하긴,
주문할 때 미리 말하지 않은 나도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왠지 따뜻한 차는 종이컵에 마시면 맛이 없다.
예쁘거나 고급지지 않아도
두 손으로 포옥 감싸쥐면 서서히 손이 따끈해져 오는 그런 잔이 좋더라, 나는.
흘림 방지를 위해 덮어놓은 플라스틱 뚜껑도 싫다.
차는 향이 반인데,
저렇게 꼭꼭 덮어두면 내 코의 즐거움 하나를 못누리잖은가.
(이리 말하니 마치 차 맛과 향을 무척이나 즐기는 미식가 같다만...^^;;; 실은 커피맛, 차맛 모르는 그야말로 막혀의 소유자인것을.....^^;;;;;;)
그래. 이것은 취향 문제라 치자.
근데, 종이컵이 싫은 또 다른 이유는.....
지구 때문이다.
(이번엔 또 무슨 대단한 환경운동가 같다만....^^;;;;)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었는데
이제는 신경쓰이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몇몇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환경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지금 내가 누리는 편안함은
미래 내 아이가 살 환경을 담보 삼아 빌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물이며, 공기며, 땅이며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있는 것들이 없는데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엔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에 미안함과 두려움이 앞선다.
그렇다면 열심히 아끼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도 잘 하고 해야하는데
현실은 또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오늘처럼 잔에 달라는 말은 물론,
들고 나가려고 씻어놓은 텀블러는 늘 나가기 전에 까먹는다.
마트라도 갈라치면 온통 일회용 포장이고,
여행이나 소풍을 간다 해도 지퍼팩의 편함을 버리기가 힘들다.
철저한 환경운동가가 아닌 이상
이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살 수 없는 나는
아주 작은 것 하나씩이라도 실천해야지 하고 맘먹는다.
그게 바로 종이컵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비록 오늘도 큰 종이컵을 사용하고야 말았지만, ㅠㅠ 자꾸자꾸 연습하여 이것만은 지켜야지.
텀블러 들고 나가기.
찻집에 앉아서 차를 마실 경우 꼭 잔에 달라고 하기.
"너 하나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그깟 거 한다고 얼마나 좋아진다고...."
아니!
나 하나부터!
이 작은 것 부터!
나 같은 사람이 여기에만 있겠어?
나 같은 사람 열, 백, 천, 만 모이면?
이 작은 거, 작은 거, 작은 거 모이면?
내 아이에게
지금의 바람, 물, 산, 바다
모두 물려줄테다.
새소리, 숲내음, 푸른 하늘, 시원한 물맛
모두모두 물려줄테다!!
(오랜만에 커피숍 가서 남이 타 준 차 마시고 들어와 주절주절 사설도, 생각도 길어져버렸네......^^;;;;;)
오늘의 선수들......
카페는 여러모로 그림 그리기 좋은 장소이다. 대화에, 핸드폰에, 노트북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델이 된다. 그 뿐인가? 다양한 컵들, 찻잔들, 조각케잌과 접시들은 정물 드로잉의 재료요, 아기자기한 소품들, 인테리어, 카운터는 멋진 장소 드로잉 포인트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렇게 카페 컵들을 그렸었다. 형태는 단순해 보여도 좌우 균형 맞추기가 꽤나 어렵다. 컵 안에 무늬라든지, 카페의 로고라도 그리려 하면 손이 벌벌벌벌 떨렸었다. 이제 카페 컵 그리기는 조금, 아주 조금 익숙해졌지만, 아직 카페에서 그려보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카페 자체, 그 장소, 건물을 그리는 것이다. 사람마다 그리기 힘든 모델이 따로 있는데 나는 그것이 바로 '건물'이다. 커다란 덩어리에 일단 한번 기가 죽고, 많고 세세한 부속물에 미리 겁을 먹는 듯 하다.
1D1D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1년 동안 그 두려움을 깨고, 작고 예쁜 카페 건물도 한번 그려봐야지.
어쨌든, 무엇을 그려야 할지, 뭐부터 그려야 할 지 모르겠는, 이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혹은 그림에 재미를 붙여가는 사람이 있다면, 카페에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맘에 쏙 드는 편안한 카페 하나를 아지트 삼아, 가끔가끔 향 좋은 차 한 잔과 함께 그 순간을, 그 장소를,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건 어떨까? ^^
왠지 오늘은 제목, 그림, 글이 다 따로 노는 듯 한 느낌적인 느낌이......^^;;;;;;;